“디토 이끈 힘은 ‘소통’… 예술 통해 관객과 접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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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마지막 콘서트 앞둔 음악감독 용재 오닐

음악감독으로서 디토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같은 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더하면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데 음악과 예술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음악감독으로서 디토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같은 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더하면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데 음악과 예술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시작할 때 신선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마칠 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이제 디토의 여행을 끝낼 때가 왔습니다.”

12년 동안 실내악에 대한 한국 청중의 반응을 새로 써내려간 앙상블 ‘디토’가 작별을 고한다. 음악감독으로 디토를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은 29일 만난 자리에서 “젊고 새로운 세대가 디토의 기억과 경험을 이어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앙상블 디토는 2007년 그의 주도로 창단됐고 2009년 디토 페스티벌로 발전해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등 젊고 역량 있는 멤버들을 출연시켰다. ‘외면받는 장르’로 통하던 실내악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객석을 연속 매진시켰다. 도쿄, 상하이 등 해외 진출도 이뤘다. 올해 마지막 디토 페스티벌은 6월 12∼29일 예술의전당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7회 공연을 갖는다.

오랜만에 만난 리처드 용재 오닐은 귀밑머리가 살짝 희끗해진 모습이었다.

“실내악은 교향악처럼 피부를 진동시키는 큰 장르가 아니죠. 하지만 작곡가들은 자신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을 이 친밀한 세계에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디토를 이끈 힘은 ‘소통’이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대표하는 신기술이 인간을 서로 접속시키지만 그 접촉은 피상적인 데로 흐르기 일쑤죠. 예술이 주는 접속은 그런 피상적인 소통을 넘어서게 만듭니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멤버들에게 때로 힘든 예술적 요구도 했음을 내비쳤다.

“제가 자란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사람들이 마음을 다 표현하지 않죠. 그렇게 자랐지만 ‘탁월함’에 도달하도록 멤버들에게 거듭 요구했었습니다. 제가 고약해서가 아니라(웃음),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었고 그런 목표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유럽에서 더 많이 지내며 다양한 콘서트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인 이번 디토 페스티벌은 그와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가 협연하는 ‘환상곡’ 리사이틀(12일 고양아람누리,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시작해 12년간 디토 여정의 하이라이트를 돌아보는 ‘디토 연대기’(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2일 고양아람누리), 28일 동시대 음악을 다루는 디퍼런트 디토 ‘메시앙 그리고 최재혁’(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으로 이어진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덴크는 뉴욕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기고하는 피아니스트로, 연주도 글도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디퍼런트 디토’의 주인공 최재혁은 2017년 제네바 작곡 콩쿠르 우승 뒤 창작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곡가. ‘디토 연대기’에는 초기 인기 멤버였던 재키브를 포함해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은메달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조지 리,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이 출연한다.

“음악회장도 쇼핑몰도 없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저에게 비올라는 꿈속에서 세상을 여행하게 만드는 수단이었습니다. 음악을 생각하며 눈을 감으면 지금도 저는 열 살 소년입니다.”

3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앙상블 디토#용재 오닐#덴크#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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