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훌륭한 男성악 참가자 많아 인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 맡은 ‘獨 성악계의 별’ 모저-슈미트-위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독일의 게르트 위커, 에다 모저, 안드레아스 슈미트(왼쪽부터)는 “젊은 성악가들이 모든 노래를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로 부르기 쉬운데, 독일 가곡과 모차르트 오페라 등 다양한 전통을 깊이 공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독일의 게르트 위커, 에다 모저, 안드레아스 슈미트(왼쪽부터)는 “젊은 성악가들이 모든 노래를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로 부르기 쉬운데, 독일 가곡과 모차르트 오페라 등 다양한 전통을 깊이 공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높은 음표의 목소리만 자랑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분노’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데 그 핵심이 있죠.”(에다 모저)

독일 성악계의 별 세 사람이 서울에 떴다. 소프라노 에다 모저(81)와 바리톤 안드레아스 슈미트(59), 2003∼2010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극장장을 지낸 게르트 위커(73). 이들은 성악부문으로 24일 개막한 ‘LG와 함께하는 제1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모저는 1960, 70년대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역으로 세계 성악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공인(公認) 밤의 여왕’. 미국 우주선 보이저호가 외계로 쏘아올린 ‘골든 디스크’에도 그가 부른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수록돼 있다. 슈미트는 바흐 교회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방대한 음반으로 영국 그라머폰상, 독일 에코 클래식상을 비롯한 수많은 음반상을 수상한 주인공. 위커는 젬퍼오퍼를 맡기 전 7년 동안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감독을 지냈고 지휘자, 음악학자, 음악교육가로 전방위 활동을 펼쳐왔다.

26일 4개국 12명의 준결선 진출자를 배출한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예선 무대에 대해 세 사람은 “훌륭한 ‘악기’(목소리)를 지닌 남성 성악가가 특히 여럿 출연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선적이기로 이름난 독일인답게 슈미트와 위커는 “초반부터 너무 기교적인 곡으로 승부하려다 호소력을 잃은 참가자가 많았다”, 모저는 “곡의 깊은 의미를 충분히 소화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성급하게 표현하려는 참가자들이 아쉬웠다”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이번 방한이 처음이지만 한국인 제자는 여럿이라고 밝혔다. 슈미트는 “10여 년 전에는 목소리가 깊고 풍성한 한국인 리릭(서정적) 소프라노가 독일로 여럿 공부하러 왔는데, 최근엔 소리가 가볍고 밝은 소프라노들 위주로 바뀌어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슈미트는 소프라노 권해선(헬렌 권)과 함께 자주 모차르트 오페라 무대에 올라 친한 사이. 모저는 쾰른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를 지낸 베이스 사무엘 윤의 노래에 깊은 인상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위커는 젬퍼오퍼 극장장 재직 시절 테너 김우경(한양대 교수)을 출연시킨 것은 그 시절 극장의 ‘최고 성공’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세 사람은 “입국 이후 콩쿠르 심사에 전념하느라 서울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지 못했다”며 30일 결선 전까지 틈틈이 서울의 매력을 즐기겠다고 했다. ‘LG와 함께하는 제1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8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준결선이, 30일 오후 3시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6명이 참가하는 결선 경연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국제음악콩쿠르#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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