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영훈… 초콜릿보다 달콤했던 그 노래 그 감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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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이영훈 11주기 헌정공연
노래 얽힌 사연 보낸 160명 초청… 단출한 밴드에 맞춰 열두 곡 절창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열한 번째 발렌타인데이 친구 이영훈’ 공연에서 가수 이문세가 고인을 기리며 열창했다. 작은 사진은 이영훈.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열한 번째 발렌타인데이 친구 이영훈’ 공연에서 가수 이문세가 고인을 기리며 열창했다. 작은 사진은 이영훈.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매년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저는 초콜릿보다도 더 달콤한 영훈 씨의 음악을 부릅니다.”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소극장 ‘언더스테이지’ 무대에 가수 이문세(60)가 섰다. 커다란 경기장 무대를 누비는 데 익숙해진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 팩이라도 좀 하고 올 걸… (팬들을) 너무 가까이 보니까 좀 떨린다”고 했다.

‘소녀’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옛사랑’…. 이문세의 숱한 명곡을 지은 고 이영훈 작곡가(1960∼2008)가 대장암 악화로 별세한 게 꼭 11년 전 일이다. 이문세는 그해 3월과 지난해 2월(10주기)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빌려 대형 헌정 공연을 벌였다.

“이번엔 작은 공간에 무대를 꾸미기로 했습니다. (이)영훈 씨와 처음 만났던 작은 작업실이 생각나서요.”

이날 행사는 노래에 얽힌 사연을 보낸 이들 가운데 160명만 뽑아 초대한 무료 공연이었다.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오붓했다. ‘할 말을 하지 못했죠’부터 ‘옛사랑’까지 열두 곡의 절창을 받친 것도 통기타, 피아노, 신시사이저, 퍼커션, 바이올린의 단출한 밴드 구성이었다.

이문세는 노래 사이사이 감회에 젖어 이영훈과 처음 만난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연극 음악을 만들던 이영훈은 무명에 가까웠지만 이문세는 그의 노랫말과 선율에 홀딱 빠졌다.

“영훈 씨가 멋쩍어하며 노래를 들려주면 ‘또 (다른 노래) 없어요? 또 없어요?’ 하며 졸랐죠. 둘이서 거지꼴을 하고는 연습실에 처박혀 몇 날 며칠 라면 끓여먹으면서 한 소절, 한 단어로 밤을 불태우던 시절. 지금도 생각나네요.”

초장부터 “오늘 ‘붉은 노을’은 없다”고 선언한 이문세는 평소 잘 선보이지 않던 노래를 여럿 불렀다. 대표적인 곡이 ‘사랑은 한줄기 햇살처럼’. 1988년 5집 ‘시를 위한 시’의 마지막 곡이다.

이문세-이영훈 팬클럽 회원들은 직접 의자를 나르고 티켓을 배부하며 공연 진행을 도왔다. 팬클럽 ‘마굿간’에서 이영훈은 마부, 이문세는 말로 통한다. 이영훈의 부인 김은옥 씨도 객석에 자리했다. 객석 여기저기서 시종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음…. 이영훈 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 따뜻함이 노래에 남아있어요.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저는 정말 행복한 가수입니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멜로디를 들으면서 흐뭇해하실 영훈 씨. 부디 잘 계십시오. 언젠간, 우리가, 만나니까. 터를 잘 닦아놓으시길….”

이어진 노래는 ‘기억이란 사랑보다’. 이문세는 눈을 감았고 노랫말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 거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문세#이영훈 11주기 헌정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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