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체계적인 ‘엉망’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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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현수막 SNS서 화제… 글귀-이미지 재조합 작품 선봬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의 ‘엉망’전 현수막. 일민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의 ‘엉망’전 현수막. 일민미술관 제공
‘#출근길 #퇴근길 #내인생 #내기분 #엉망.’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최근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궜다. 새하얀 배경의 이 현수막엔 ‘엉망’ 두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아 세종로를 오가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이 글귀는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 사사(Sasa[44])의 개인전 ‘엉망’을 알리는 현수막이다.

본명 대신 인터넷 아이디를 이름으로 쓰는 사사는 온라인이나 대중문화에서 따온 글귀나 이미지를 재조합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여 년 동안 모아온 물건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문화를 엮어내려 시도한다.

사사(Sasa[44])의 개인전 ‘엉망’ 가운데 ‘아워스팟’ 전시장 입구. 일민미술관 제공
사사(Sasa[44])의 개인전 ‘엉망’ 가운데 ‘아워스팟’ 전시장 입구. 일민미술관 제공
전시장 1층은 작가가 기획한 공간으로 유명 스포츠 브랜드 신발을 나열하고, 그 상품에 얽힌 대중문화사적 맥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관련 영상 작업물도 설치했다. 2층은 동료 작가 김동희가 기획해 2004년부터 10년 동안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소비한 빈 병 4024개를 전시했다. 이 공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같은 기간 유행했던 음악 가운데 일부를 따내고 재조합해 새롭게 만든 것이다. 3층은 일민미술관 학예팀이 작가의 ‘아워스폿’ 프로젝트에 적힌 지시문을 재해석해서 큐레이팅했고,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수막은 그래픽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이 디자인했다. 주제가 ‘엉망’임에도 그 모습은 깔끔하고 체계적인 전시와 부합하도록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5000∼7000원. 11월 25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엉망#엉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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