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카트린 츠키니스 “독창성-예술성 외 작가의 인성도 중요한 수상 기준”

  • 동아일보

‘에르메스 미술상’ 주관 에르메스재단 카트린 츠키니스 디렉터
17회 수상자 오민 개인전 위해 방한, 미술賞 운영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연습곡A·B’ 앞에 선 카트린 츠키니스 에르메스재단 디렉터. 그는 “한국 예술가들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하기에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수상 작가를 선정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연습곡A·B’ 앞에 선 카트린 츠키니스 에르메스재단 디렉터. 그는 “한국 예술가들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하기에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수상 작가를 선정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자체 컬렉션이 있는 재단의 경우 선호하는 예술적 경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소장품을 관리하지 않는 에르메스는 주류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구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5일 만난 카트린 츠키니스 에르메스재단 디렉터(57)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프랑스 고급 브랜드 에르메스가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만든 이 상이 어느덧 17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집 속의 집’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서도호도 2003년 이 상을 받았다. 국제적 브랜드의 후원인 만큼 신인 작가라면 한 번쯤 수상을 꿈꾸는 상이기도 하다.

최근 17회 수상자인 오민 작가 개인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츠키니스 디렉터는 에르메스 미술상의 독특한 심사 기준부터 설명했다. “독창성과 예술적, 문화적 배경 지식이 강한 작가”를 뽑는다고 말한 그는 의외로 인성도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수상 작가는 프랑스 파리 각 분야의 고급 기술을 가진 장인들과 만나는 기회를 갖습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며 작품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너무 자신에게 취해 있으면 곤란하죠. 예술 활동만큼 인간적 교류와 공감 능력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자는 누구였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그는 박윤영(2009년 수상)과 정은영 작가(2013년)를 꼽았다. 박윤영은 지팡이를 이용한 설치나 픽토그램 산수 작품을, 정은영은 1950년대 대중적 공연 장르였던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문화의 흐름을 보여준 작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역대 수상자를 봐도, 사회나 역사에 대한 의문이나 자각을 표현한 작가의 수상 경향이 높습니다.”

츠키니스 디렉터는 무용가 출신으로 프랑스 정부 무용 담당 고문으로 일하다 2008년 재단 설립 때부터 디렉터로 일해 왔다. 그는 “저 자신도 예술가였고, 정부에서 일했기에 무대 위 공연보다 그 이전 과정을 돕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재단이 미술상을 운영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츠키니스 디렉터는 “에르메스가 한국에 진출할 때 상업적 활동과 더불어 한국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자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당시 한국은 현대미술이 도약하는 시기였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와 가까워지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작가에게 필요한 조건을 제공해 새로운 장을 열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에르메스재단#에르메스 미술상#카트린 츠키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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