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닌볼트 “초고층 빌딩 그래피티 그리는 게 목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7일 05시 45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그린 작품을 들고 있는 닌볼트 작가. 사진제공|글로벌엔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그린 작품을 들고 있는 닌볼트 작가. 사진제공|글로벌엔터
■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

국내 최초 개인전, 영화 등에도 참여해
“스프레이로 그림 그리는 것 보고 번쩍”
건축물에 그리는 슈퍼그래픽 작업 선호


그래피티라는 장르를 아시나요. 그래피티라는 말을 몰라도 굴다리 밑이나 거리 뒷골목 벽에 형형색색의 스프레이로 낙서하듯 그려놓은 그림을 보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처음엔 말 그대로 낙서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낙서와 예술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장르가 바로 그래피티입니다.

닌볼트(40) 작가는 국내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입니다. 그가 뭔가를 하면, 그 뭔가는 한국 그래피티의 ‘최초’가 되어 왔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래피티 개인전시회를 열었고, 수많은 영화와 뮤직비디오에 참여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죠. 음악팬들에게는 서태지의 7집 타이틀곡 ‘라이브 와이어’의 아트월로도 유명합니다.

“열일곱 살 때 집안사정으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학교를 관두고 그림을 그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밤에 미군방송인 AFKN을 보게 된 거죠.”

흑인이 스프레이로 벽에 글씨를 쓰고는 경찰을 피해 황급히 도망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 영화가 아니라 실제상황이었죠.

“그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붓이 아니라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나.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 ‘캔버스’는 옆집 담벼락이었습니다. “다행히 주인아저씨께서 크게 뭐라 안 하셨어요. 페인트를 새로 칠해드리는 걸로 끝났죠.(웃음)”


그래피티에도 장르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글씨를 급히 휘갈겨 쓰는 (그리고 대부분 도망치는) 걸 태깅이라고 합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몽글몽글 글씨체는 버블스타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글자는 와일드스타일입니다. 닌볼트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건 거대한 벽이나 건축물 같은 곳에 그림을 그리는 슈퍼그래픽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걸 표현하다보니 점점 커지더라고요.”

철물점에서 파는 스프레이를 쓰다가 요즘은 해외 아트워크 전용 스프레이를 섞어서 그림을 그립니다. 스프레이는 냄새가 독합니다. 처음엔 방독면도 없이 집에서 작업을 했다가 길에서 픽 쓰러진 일도 있었다네요. 다행히 올 연말쯤 국내 업체가 친환경 스프레이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피티는 바야흐로 국제적으로 당당한 예술장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해외작가들의 그래피티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죠. 요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꼽힌다고 합니다.

닌볼트 작가는 10대 시절부터 10년 단위로 목표를 세워 왔습니다. 70대까지 만들어놨다고 합니다. “갈수록 목표를 이루는 게 힘들어진다”며 웃는 닌볼트 작가의 40대 ‘버킷리스트’는 비행기, 대형 선박, 롯데타워와 같은 초고층빌딩에 자신의 작품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래피티 작가가 되고 싶다고요? 머리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세요.”

어디 그래피티 작가뿐이겠습니까. 누구보다 먼저 몸을 움직여 ‘최초’를 그리고 있는 닌볼트 작가. 그의 40대 버킷리스트를 응원합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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