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돌과 쇠로 난을 치고 매화를 심는 작가, 김광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4일 14시 39분


코멘트
“그림을 그리는 모든 대상은 입체입니다. 입체가 아닌 대상은 하나도 없지요. 그런데 그림자는 평면이잖아요. 저는 그것을 입체화했습니다.”

10월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18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가 열린다. ‘사군자 조각’을 주제로 한 김광호 작가의 조각 작품들은 솔로부스인 S 08(중앙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김광호 작가는 ‘1960년대 한국 실존주의 조각연구’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열아홉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사군자를 현대적 안목으로 재해석하는 조각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광호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군 복무시절 총을 들고 눈이 하얗게 쌓인 산을 오르다 자신보다 앞서 걸어가고 있는 그림자를 보며 작가는 “그림자는 곧 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림자는 소유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언의 허구적 실체이다. 하지만 내가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고, 결코 나를 벗어날 수도 없다.”

작가는 “나의 조각에 대한 기저는 그림자”라고 고백한다. 그림자는 작가에게 자아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론적 방편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화두다.


2015년부터는 사군자를 자연성에 매치시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군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화선지에 쳐진 수묵화를 떠올린다. 김광호 작가는 통념을 깨고 사군자를 입체의 세계로 건져 올렸다.

추사 김정희는 입체의 사군자를 평면화 시켰지만 김광호 작가는 그것을 다시 입체화 시키고 있다. 그림을 쪼개고 재구성한다. 강에서 돌을 고르고, 구멍을 뚫은 뒤 철을 박는다. 그렇게 난을 치고, 매화를 심는다.

‘사군자 조각가’ 김광호 작가의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KIAF전이 끝나면 광주국제아트페어, 대구국제아트페어, 서울아트쇼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