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반한 손자위한 그림… “5월 전시회 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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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스타’ 이찬재-안경자 부부

청색 셔츠와 청치마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은 이찬재 할아버지와 안경자 할머니. 부부는 25일 생일을 맞을 미국에 있는 막내 손자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손자의 티셔츠와 반바지엔 목과 꼬리가 긴 커다란 공룡과 손자, 할아버지가 뛰노는 그림을 손수 그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청색 셔츠와 청치마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은 이찬재 할아버지와 안경자 할머니. 부부는 25일 생일을 맞을 미국에 있는 막내 손자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손자의 티셔츠와 반바지엔 목과 꼬리가 긴 커다란 공룡과 손자, 할아버지가 뛰노는 그림을 손수 그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아이콘의 노랠 들었어. 노랫말이 간결하고 재미있어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어. 내 사랑 아로가 떠올랐기 때문인데…. 세상 모든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을 대신해서.”

아이돌 가수 아이콘의 노래를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손자의 행복한 한때가 담긴 수채화 그림이 한 장씩 넘어간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란 가사가 이리도 뭉클했다니…. 최근 이찬재 할아버지(76)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 콘텐츠 얘기다.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만난 이 할아버지와 안경자 할머니(76)는 “교사생활을 접고 브라질에서 이민생활을 하다가 한국과 미국에 있는 손자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고 회고했다. ‘SNS 스타’인 이 할아버지는 현재 팔로어가 약 34만 명인 @drawings for my grandchildren 계정을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찬 할아버지(Grandpa Chan)’로 유명해져 영국 BBC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처음엔 손자들을 위해 그린 건데, 이젠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림을 하루에 하나씩은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애, 동물 사랑,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애정 같은 따뜻한 주제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엔 ‘손자들에게 들려주고픈 할아버지의 일상 이야기’로 소재가 점차 다양해졌다. 지난해 10월 할아버지 할머니가 30여 년의 브라질 이민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SNS엔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돼 주세요’ 등의 댓글이 많다.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구가 많아진 시대, 어린 시절 조부모에게 받았던 사랑을 그리워하는 젊은이들의 반응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분리수거도, 이삿짐센터 크레인도, 현관문에 열쇠가 아닌 비밀번호 잠금장치도 신기해요. 자연스럽게 ‘얘들아, 정말 놀랍다. 예전엔 이랬는데 말이야’라면서 옛날 얘기로 연결되지요. 지금은 가까이서 지켜본 손자들의 모습, 할아버지의 어렸을 적 이야기까지도 그리고 있어요.”

서울대 사범대 재학 시절 학과 시화전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인연으로 만난 이 할아버지와 안 할머니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짝을 이뤄 SNS에 그림과 글을 올리고 있다. 부부는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들이 할아버지를 ‘하지’, 할머니를 ‘하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자랑했다.

“실제론 말수가 없는 성격이라 예전엔 여느 할아버지들처럼 아이들과 소통이 없었어요. 이젠 그림을 통해 손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 좋아요. 요샌 거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가수들의 춤이나 노래도 배우지요.”

부부는 다음 달 서울의 주한 브라질대사관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 및 미공개 원화를 국내 처음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그는 “어디 내놓고 자랑할 만한 그림 실력은 아니라 부끄럽지만, 브라질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곧 나의 일기나 마찬가지예요. 있는 그대로 삶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손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창의적으로 살길 바랍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이찬재 할아버지#인스타그램 동영상 콘텐츠#인스타그램#sn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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