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대에 오페라 무대 꿈 이룬 ‘실버 만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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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늦깎이 성악 연습생들, 1년 준비해 모차르트 작품 공연
“노래로 새로운 인생, 가슴 벅차”

3월 31일 서울 성동구 한국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에서 평균 나이 63세인 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 오페라반이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를 공연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돈 알폰소 역을 맡은 황치형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데스피나 역을 맡은 박광춘 씨(황 씨 오른쪽)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작가 강진수 씨 제공
3월 31일 서울 성동구 한국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에서 평균 나이 63세인 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 오페라반이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를 공연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돈 알폰소 역을 맡은 황치형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데스피나 역을 맡은 박광춘 씨(황 씨 오른쪽)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작가 강진수 씨 제공

“여자 나이 마흔 셋이면 모르는 것 하나 없죠. 남자들 모두 제아무리 뽐내 봐도 소용없죠∼!”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 공연에서 데스피나 역을 맡은 박광춘 씨(65)의 나이답지 않게 풋풋하면서도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450석의 객석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유쾌한 장면에는 웃음을 터뜨리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은 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인 ‘프라임 칼리지’ 오페라반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평균 나이 63세의 ‘늦깎이 성악 연습생’들이 1년 동안 호흡을 맞춰 준비한 무대. 무대 뒤 출연진의 표정엔 처음 긴장한 빛이 역력했지만 막이 오르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여유가 느껴지는 연기와 발성을 선보였다. 공연은 오후 3시, 7시 두 차례 열렸다.

공연 총감독을 맡은 안성민 카르페오페라단 단장은 “방송통신대에 성악입문반이 개설된 뒤 2, 3년을 거치면서 수강생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고 오페라에 대한 의욕도 커져 오페라반을 별도로 개설한 뒤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집중 연습이 시작된 뒤에는 보컬코치와 연출, 지휘, 반주자 외 파트별 코치까지 10여 명이 재능기부 형태로 지도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엔 출연자들이 공연비용을 갹출하기로 했지만 소식을 전해들은 방송대 발전후원회(위원장 차광은 차의과대 교수)와 아시아발전재단이 공연비용을 지원했고 방송대도 사용료 없이 강당을 제공했다.

안 단장은 “젊은 남자들이 결혼하기에 앞서 여자친구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지 떠본다는 내용의 작품이지만 참가자들의 연령대를 감안해 주인공들의 나이를 40대로 올리고 시대배경도 현대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남자 주역 중 하나인 돈 알폰소 역을 맡은 황치형 씨(72)는 “젊어서 성악가가 꿈이었고 건축기술자로 지내다 은퇴한 뒤 대학 성악과에 진학할 생각도 있었는데 이제 택시기사로 일하며 시간을 내 방송통신대에서 꿈을 이루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복식호흡 덕에 건강도 덤으로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춘 씨는 “학교 교장을 하다 은퇴했는데 인생의 새로운 막을 무대에서 펼치게 돼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연습이 계속될수록 출연자들이 일상생활에도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가족들도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곡가와 시대의 작품으로 오페라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코지 판 투테#한국방송통신대#프라임 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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