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문명의 발달을 이끈 요인으로 ‘환경’을 꼽았다. 인제대 바이오식품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이 환경적 요소 중에서도 식품에 주목한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식품을 선택해 주식으로 먹었는지, 어떤 지역에 어떤 음식이 자생했는지에 따라 문명의 발달 정도가 갈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식품 가운데 9가지를 선정하고 이 먹을거리들이 인류 문명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인류가 이 식품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들여다본다. 곡류(쌀, 밀, 옥수수), 콩, 감자, 소금, 생선, 향신료, 설탕, 바나나, 기호식품(차, 커피, 초콜릿)이다.
장(章)마다 펼쳐지는 식품의 짧은 역사가 흥미롭다. 가령 감자는 불쾌한 외관에다 결핵을 일으킨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천대받았지만, 18세기 독일 프리드리히 대왕은 흉작에 따른 식량위기를 해결하고자 자신이 직접 매일 감자를 먹는 모범을 보인다. 독일의 만성적인 영양실조가 해결되고 프리드리히 대왕이 ‘감자대왕’이란 별명을 얻게 된 계기다. 향신료가 인류사에 화두로 떠올랐던 때는 중세 유럽. 곡류와 염장 돼지고기, 염장 생선을 주요 식품으로 먹던 당시 유럽 사람들이 식생활의 따분함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면서다.
문명 발달의 요인이 된 음식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세계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식량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내놓는 해법은 유전적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있는 야생 종자를 지키는 것이다. 저자는 3부에서 이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따로 확장해 한 권의 책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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