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프로젝트 담은 새 책 ‘변덕주의자들…’ 펴낸 건축가 오영욱
“나는 주류 안에서 다른 걸 꿈꾸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건축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고 싶어”
건축가 오영욱 씨는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이지만 몇몇 외국 도시처럼 사람들이 거리에서 좀더 밝게 인사하고 서로 배려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주 자신의 9번째 책 ‘변덕주의자들의 도시’(페이퍼스토리)를 낸 오영욱 씨(41)는 그림과 책을 통해 먼저 명성을 얻은 건축가다. 12년 전 첫 건축기행 그림에세이집을 낸 뒤 깔끔하고 매력적인 스케치와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건축에 관심을 둔 독자들 사이에 이름을 알렸다.
“처음으로 출판사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제목을 지었다”는 새 책에는 대중적 인지도를 안겨준 스케치의 비중이 크지 않다. 건축디자인사무소 사업자등록을 낸 지 10년째. 그동안 주도하거나 참여한 건축설계 프로젝트 200여 개 중 20개를 추린 포트폴리오에 가까운 책이다. 지난해 가을 완공한 서울 용산구의 사무소 건물 ‘우연한 빌딩’에서 만난 그는 “대학 2학년 때 첫 설계수업 과제부터 이 건물 이야기까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품었던 꿈과 지금의 내 삶이 아주 동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희미한 실마리를 따라서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로 흘러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건축설계는 건축가의 아이디어 위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한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밟는 작업이다. 폐기된 대형 콘크리트 사일로(원통저장고) 2기를 원래 모습 그대로 각각 하늘과 바다를 담는 프레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2010년 여수 엑스포 전망타워 공모안 등 현실로 구현되지 못한 프로젝트에서 오 씨의 담백한 감각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어제 확신한 가치가 오늘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상황을 거듭 겪었다. 많은 걸 수용하고, 때로 포기하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오늘의 도시, 그리고 그 도시 속 사람들의 삶 아닐까. 흔히들 ‘강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자’고 얘기하지만 눈앞의 현실에서는 어떤 게 좋고 옳은지 명확하게 결론지어지는 일이 드물다.”
책 말미에 그는 “변덕주의자인 나에게 단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건, 건축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고 썼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이 건축에 드러난다고 믿는다”는 그의 새 사무소 건물에는 날카롭게 마감한 직선 모서리가 없다. 구불구불 울룩불룩한 그의 스케치를 그대로 현실에 가져온 모양새다.
“이 건물을 둘러본 한 학교 선배가 ‘이건 딱 너 같은데?’라고 했다. 최고의 찬사였다. 나 같다는 게 뭘까. 주류의 흐름 안에서 뭔가 그 흐름과 다른 걸 꿈꾸는, 다르고픈 강박과 욕망이 큰,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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