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가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불에 탄 사진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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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장여부 논란 배익기씨, ‘국보 등재’ 공약 걸고 재선거 출마
9년만에 “상주본 일부 사진” 주장… 2년전 집안 화재때 훼손 된듯
후보자 재산 1조 등록하려다… 선관위서 “실물 못봤다” 거부
문화재청 “선거뒤 배씨와 접촉”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가 10일 공개한 상주본 사진.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된 상태다. 배익기 씨 제공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가 10일 공개한 상주본 사진.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된 상태다. 배익기 씨 제공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 씨(54)가 10일 “상주본의 일부”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12일 치러질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다. 배 씨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국보로 등재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출마했다. 상주본은 2008년 후 자취를 감춰 배 씨의 실제 소장 여부를 놓고 지금까지 논란이 일고 있다.

배 씨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상주본은 아래쪽이 불에 타서 일부가 훼손된 상태다. 다행히 훈민정음 해설을 담은 본문 쪽은 별로 타지 않았다. 2015년 3월 배 씨의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민들은 “주인이 집에 들어가서 뭘 갖고 나와 산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사진 속 상주본 주변에는 솔잎과 감나무잎이 있어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2015년 10월 배 씨는 “상주본 보관 상태를 확인한 결과 썩고 있는 것 같아 국가가 빨리 매입해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에 대해 배 씨는 “전체 분량 가운데 중간 앞부분에 해당하고 대부분 합쳐 놓은 일체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체 33장(쪽) 1책으로 구성됐다. 상주본은 배 씨가 2008년 처음 공개했을 때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씨는 “현재 상주본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며 “상주본을 다 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주본의 일부를 집 앞 우물 속에 보관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 재산 신고 때 상주본의 가치를 따져 1조 원을 등록하려고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실물 보유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하면 허위 기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사진 공개는 상주본 소장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재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상주본을 완전히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배 씨는 2011년 9월 상주본을 헌책방에서 훔친 혐의로 구속돼 2012년 2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같은 해 9월 2심에서 무죄,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그는 출소 이후 지금까지 상주본의 정확한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상주본의 소유권은 법적으로 정부에 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배 씨를 접촉했다. 올해도 1월 15일과 2월 15일 상주본 인도요청서를 배 씨에게 보냈다. 배 씨와 면담해 돌려 줄 것을 설득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일단 재선거가 끝난 뒤 다시 배 씨와의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배 씨가 책을 돌려주지 않으면 다음 달 중 소송이나 강제 집행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한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 국회의원 재선거에는 모두 6명이 출마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를 비롯해 2번 자유한국당 김재원, 3번 바른정당 김진욱, 4번 코리아당 류승구, 7번 무소속 배익기, 9번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도전하고 있다.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배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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