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칼칼한 칼국수, 그리운 어머니 손맛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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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리는데 막상 고민이 시작된다. “뭐 먹을까?” 메뉴는 많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치과의사인 석창인 원장, 홍지윤 정신우 셰프의 푸드 칼럼 ‘오늘 뭐 먹지?’를 매주 라이프 면에 게재한다.》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수원 아지매해물칼국수. 석창인 씨 제공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수원 아지매해물칼국수.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살기 위해 먹는 걸까?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걸까?’ 구태의연한 질문도 미식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겐 사뭇 진지한 주제가 됩니다. 저의 대답은 요즘 떠도는 정치적 표현을 빌려 ‘반반’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쪽도 선뜻 편들 수 없고 또 쉽게 포기할 수도 없어서겠지요. 저처럼 개원한 치과의사뿐 아니라 대다수의 일선 의료인들에게 점심식사란 단순히 오후 진료를 위한 에너지 섭취 행위에 불과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 제한된 장소에서, 항상 뻔한 메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직업적 숙명인 것입니다. 결국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이 점심식사인 것이지요.

이런 굴레를 벗어나고자 저는 오래전부터 점심식사 시간을 남보다 조금 더 늘렸더니 식당뿐 아니라 메뉴 선택의 폭이 무척 넓어졌습니다. 또 일정 기간 특정 메뉴를 정해 두고 지역의 유명 식당들을 검색한 뒤에 순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김치찌개와 짬뽕이었고, 요즘은 칼국수 순례를 하고 있지요.

칼국수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식당마다 무엇으로 육수(다시)를 내느냐, 어떤 종류의 밀가루를 쓰며, 혹 섞어 쓴다면 그 비율이 어떠한지 그리고 반죽을 어떻게 치대는지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 취향은 사골, 해물, 멸치 등 여러 기본 육수 중에도 해물 육수이고, 면은 끝까지 쫄깃함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반죽을 치대는 방법도 매우 다양한데, 진공 상태로 기계 반죽하는 경우도 있고, 손 반죽도 있고, 아예 비닐주머니에 넣어 발로 밟아서 하는 곳도 있다지만 그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널리 알려진 칼국수 집들은 반찬이 깔끔하고, 열무김치와 고추장 등을 넣어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보리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애피타이저로 제격입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메뉴를 먹는다면 쉬 지치게 됩니다. 특정 요일을 정해 뜻이 맞는 동료들과 같이 다니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고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런 방식으로 지역의 칼국수 순례를 하며 최근에 발견한 식당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한편, 칼국수 집들의 상호엔 왜 이모, 할매, 아지매 등과 같은 이름이 많고 또 그래야 맛이 더 나는 걸까요? 어머니 손맛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요? 저로서는 요령부득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칼국수#수원 아지매해물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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