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식 “미용실 수다, 이제 이발소에서 하시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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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용 헤어숍 ‘밤므 바버숍’ 백순식 대표

밤므 바버숍 백순식 대표는 건축학도의 길을 걷다 미크로네시아에서 바버숍을 운영하는 삼촌의 제안으로 이발 가위를 들게 됐다. 현재 바버숍 3곳과 미용실, 광고회사를 운영 중이다. 백순식 대표 제공
밤므 바버숍 백순식 대표는 건축학도의 길을 걷다 미크로네시아에서 바버숍을 운영하는 삼촌의 제안으로 이발 가위를 들게 됐다. 현재 바버숍 3곳과 미용실, 광고회사를 운영 중이다. 백순식 대표 제공
 “남자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남성들은 이발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몇 년 뒤 미용실이 급격하게 늘면서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는 남성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3, 4년 전부터 국내에 다시 남성 전용 이발소인 ‘바버숍’이 등장했다. 유행에 민감한 20, 30대가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바버숍이 점차 늘고 있다. 서울 홍대앞과 강남, 가로수길 등 3곳에서 바버숍을 운영하고 있는 ‘밤므 바버숍’ 백순식 대표(41)를 16일 서울 홍대앞에서 만났다.

 2013년 설립된 밤므 바버숍은 패션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 ‘루이스 클럽’ 매장 안에 매장을 여는 ‘숍인숍’ 형태로 개장했다. 기업과의 협업을 내세운 전략이다.

 바버숍이 미용실과 차별화되는 점은 남성들의 취향에 맞춘 세심함이다. 커트에만 보통 한 시간이 걸리고, 면도까지 하면 30분이 더 걸린다. 물론 가격은 일반 미용실의 1.5배 이상이다.

 “남성도 대우받고 싶은 욕구가 많아요. 머리 손질을 비롯해 수염, 구레나룻, 눈썹 손질 등 미용실에서는 요구하기 힘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4년 동안 약 5배의 고객이 늘었다. 연령층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바버숍에서는 남성들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남성들끼리 있다 보니 미용실에서 여성들이 있을 때 하지 못하던 야한 농담이라든가 자동차, 오토바이 등 남성들만의 취미, 취업 등 사회·정치 이야기도 많이 나누죠.”

 많은 사람이 바버숍 하면 짧은 머리에 포마드를 바른 전형적인 스타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바버숍에서는 연예인처럼 긴 헤어스타일은 물론 파마도 가능하다.

 “영화에서 보듯 1920, 30년대의 스타일을 상상하기 쉽지만 바버숍에서는 최신 유행 스타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요. 다만 클래식한 내부 인테리어나 슈트를 입은 바버들의 모습은 격조를 갖추면서도 최신 유행을 반영하기 위해서죠.”

 아직 국내 바버숍의 성장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발소를 비롯한 바버숍 매장은 미용실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보니 바버숍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남성도 10%에 불과하다.

 “분명 남성들의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어요. 이제 바버숍은 이발만 하는 장소가 아닌 남성들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거듭나야 하죠. K뷰티가 해외에서 유명한 것처럼 앞으로 K바버가 해외에 수출되는 날도 올 것이라 믿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남성 전용 헤어숍#바버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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