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육아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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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툰 ‘패밀리 사이즈’ 그리는 김인호-남지은 부부 작가

가족의 삶을 만화로 따뜻하게 그려 가고 있는 김인호(왼쪽) 남지은 부부 작가.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가족의 삶을 만화로 따뜻하게 그려 가고 있는 김인호(왼쪽) 남지은 부부 작가.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만화가를 꿈꾸는 두 사람이 있었다. 대학 동기로 만난 둘은 1999년 겨울 사랑에 빠진다. 그로부터 2년 후 군에 입대한 남자를 위해 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두 통의 편지를 써 보낸다. 떨어져 지낸 2년여가 무척 애틋했던 두 사람은 남자가 제대한 뒤 1년 만에 결혼한다. 이후 네 아이의 부모가 되며 둘이 함께한 18년을 만화로 기록해온 두 사람. 남지은(38) 김인호(37) 부부 만화가를 6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만났다.

 이들의 연애담을 그린 ‘럽스토리’(2004년), 군 생활 때 주고받은 1600여 통의 편지를 한 권으로 묶은 ‘군바리와 고무신 러브레터’(2005년), 부모가 되어 4남매와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낸 ‘패밀리 사이즈’(2014년)는 부부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놀아죠 패밀리’(2002년)로 데뷔한 남 씨와 농구 만화 ‘지랄발광’(2004년)이 데뷔작인 김 씨가 역할을 나누어 작업한 만화는 대부분 판타지·로맨스 장르다. 남자는 여자의 고통을, 여자는 남자의 슬픔을 대신 느낀다는 내용의 ‘사랑일까’(2012년), 헤어진 다음 날이 무한 반복된다는 설정의 ‘헤어진 다음 날’(2016년)이 대표적이다. 웹드라마로 제작된 ‘헤어진 다음 날’은 웹툰 원작 최초로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먼저 공개됐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대신 느낀다는 설정은, 첫째 아들 션이가 심하게 아팠을 때 아들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나온 아이디어예요.”(김 씨)

  ‘소꿉놀이’하듯 시작했다는 이들의 결혼생활은 만화보다 더 만화적이다. 800일 남짓 날마다 편지에 ‘제대하자마자 우리 결혼하자’고 적었다던 둘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 700만 원으로 혼수 하나 없는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요즘은 어떨까? 직접 지어 올린 3층 집에서 살아가는 여섯 가족은 단 하루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만화로 기록한다. 연년생 형제 션과 뚜, 그리고 셋째 아들 혀니와 마침내 태어난 넷째 딸 랄라까지. 4남매의 성장기를 그린 ‘패밀리 사이즈’는 연재한 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패밀리 사이즈’는 우리 가족에겐 보물로 남을 소중한 작품이에요. 아이들이 허락한다면 10년이라도 쭉 그리고 싶어요.”(남, 김 씨)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패밀리 사이즈#김인호#남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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