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바흐와 함께 생전에 큰 인기 누린 텔레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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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
 ‘바흐 생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작곡가.’

 ‘음악사상 가장 많은 작품을 작곡한 인물.’

 누구일까요? 바흐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인물로는 헨델과 비발디가 있었고, 헨델은 독일 땅을 넘어 영국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었으니 헨델이 그 주인공일까요? 하지만 헨델의 작품 수는 바흐의 1100여 곡보다 훨씬 적은 600여 곡에 머물렀으니 답은 헨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 1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계’의 작곡가 비발디일까요? 하지만 비발디는 삶의 대부분을 베네치아에서 ‘로컬 음악가’로 보냈습니다. 그러니 비발디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의 영광을 누려보지는 못한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면 모차르트나 베토벤? 이들의 활동 연대는 바흐 시대보다 두 세대 정도나 뒤입니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요?

 답은 독일 작곡가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1681∼1767)입니다. 바흐와 헨델보다 네 살 위, 비발디보다 세 살 아래군요. 그는 바흐의 두 배 가까운 2000여 곡의 작품을 써서 기네스북에도 ‘가장 많은 곡을 쓴 작곡가’로 당당히 등재됐습니다. 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음악의 매력을 두루 받아들여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받는 스타일을 정립했고, 그의 명성은 전 유럽에 퍼져 나갔습니다.

 그런 그가 오늘날 다소 먼(Tele) 남자(Mann)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느 정도는 바흐 때문입니다. 19세기 중반에 멘델스존과 슈만이 바흐 재인식 운동을 일으키면서, 논리적으로 완벽한 바흐의 음악에 비해 텔레만의 작품은 가치가 덜한 것처럼 여겨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불어닥친 바로크 음악 재인식 붐에 힘입어 작품집 ‘식탁음악(Tafelmusik)’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고유의 매력과 가치를 다시 인정받게 됐습니다.

 2017년은 이 텔레만의 서거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누가 가장 뛰어났는지 견주어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겠고, 바흐 헨델 비발디와 나란히 한 시대를 빛냈던 이 작곡가를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됐으면 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바흐#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가장 많은 곡을 쓴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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