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회장인 한국염 목사는 종교인이 저지르는 성범죄를 근친강간이라고 정의했다. 주로 종교 지도자가 가해자고 여성 신도가 피해자인 종교인 성범죄는 '영혼의 아버지'가 딸에게 저지르는 성범죄와 같다는 맥락에서다.
22일 서울 영등포구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이 주최한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개신교계 인사뿐 아니라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 법무부,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참석해 종교인 성범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최근 간과하기 힘든 심각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경찰청이 15일 공개한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범죄 검거인원 수'에 따르면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에 올랐다. 의사(620명), 예술인(406명), 교수(182명) 등이 뒤를 따랐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청소년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가 수년간 여고생에게 성관계를 강제한 혐의가 드러나자 기윤실은 교계 차원에서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목사는 종교인 성폭력 범죄 대책마련이 최근 들어 공론화된 이슈지만 범죄 자체는 역사가 깊고 심각하다는 점부터 강조했다. 그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에서 1998년 처음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며 "20년이 지났지만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주로 성경 구절 등을 오용해 발생하거나 목회자와 신도라는 절대적 위계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야곱이 사랑한 사람은 둘째 부인 라헬이다. 너는 라헬처럼 목사를 섬기기 위해 부름 받았다'는 성경구절은 목회자가 범죄대상을 유혹하는 구절로 오용되는 것이다. 한 목사는 "피해자들이 정신적 상처뿐 아니라 신앙적 혼란까지 겪는다"며 "근친강간의 맥락에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법률가회 김병규 변호사는 "종교인과 신자의 특수한 관계 등을 고려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중처벌 도입 등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관계자도 "교회법 개정 등 규정구비 뿐 아니라 여가부와 종교계가 종교인 성범죄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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