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미소천사’ 연말 반상의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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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5단, 여류국수 올라 2관왕
“발상 자유로운 中기사들 까다로워”

 오유진 5단(18·바둑고 2학년·사진)의 별명은 ‘미소천사’. 팬들이 지어줬다. 늘 방긋 웃는 그의 모습에서 따온 것. 또래 기사들은 ‘오애기’라고 부른다. 아기처럼 목소리가 귀엽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올해 제대로 칼을 뽑았다. 11월 중국 충룽산빙성(穹륭,山兵聖)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데 이어 이달엔 국내 기전인 여류국수전마저 손에 넣어 2관왕이 됐다.

 최근 서울 한국기원에서 만난 그는 “충룽산빙성배 16∼4강에서 반집승 세 번을 거두며 자신감이 붙었다”며 “첫 우승을 한 뒤 여유가 생긴 것이 여류국수전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풍을 따지면 이창호 조한승 9단같이 전투보다는 끝내기와 형세 판단을 위주로 한 유연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수읽기가 빠르고 힘이 좋은 최정 7단이 여전히 가장 어렵다.

 “최 7단이 두 살 언니인데 같이 쇼핑할 정도로 친하지만 가장 센 라이벌이에요. 여류국수전 준결승에서 이겨 상대 전적이 이제 2승 10패니 아직 갚을 빚이 많아요.”

 그는 국가대표팀에 소속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기원에서 공부한다. 저녁엔 자율야간훈련. 보통 하루 10시간은 바둑에 매진한다.

 “요즘 중국에 전체적으로 밀리는데요. 실력이 뛰어난 중국 기사가 많아 한국이 소수정예로 뚫기가 쉽지 않긴 해요. 중국 기사들이 발상도 자유로운 것 같고요.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럴 무대가 많았으면 합니다.”

 그는 중국 여성 기사 중에선 쉽게 두는데도 균형을 잘 맞추는 위즈잉 5단을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미소천사’답게 ‘신비한 동물사전’과 같이 재밌고 유쾌한 영화를 즐겨본다. ‘부산행’은 보고 나서 좀비가 달려드는 꿈을 꿀 정도였다고. 중국어와 요리도 배우고 싶고 연말엔 여행도 꿈꾸는 그에겐 승부사보다는 참한 여고생 같았는데….

 두 번의 우승으로 번 상금은 모두 6200만 원. 세금 등을 떼도 4000만 원은 훌쩍 넘는다.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고 해서 부모님께 관리를 맡길 거냐고 했더니 “제가 할 건데요”라는 당찬 답이 돌아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바둑#오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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