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수 조형준은 춤을 좋아하지만 언제까지 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씨름선수, 한국무용수 등을 거쳐 이 자리에 왔잖아요. 5년 뒤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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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수 조형준(32)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중학교 때 그는 씨름 선수였다.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준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먹고 싶은 것 다 먹었죠."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포수 출신인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난 덕분인지 운동 신경은 좋았다. 도대회에 출전해 상도 몇 차례 탔다.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씨름을 그만뒀다. 성적이 나쁘지 않아 공부를 선택한 것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생활하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춤을 배우고 싶어졌다. 스트리트댄스나 재즈댄스를 배우고 싶었지만 당시 고향인 경남 창원에는 무용학원이 한국무용학원 밖에 없었다. "무용학원에서 그런 춤도 가르쳐주는 줄 알았죠. 원하던 춤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어요."
그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 1등급을 받았다. 그가 "무용학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하자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 부모님까지 학교로 불려갔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결국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강의실보다 그는 고궁과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10년 간 다녔다. 26세 때 부상으로 제대로 연습도 하지 못한데다, 한국무용에 대한 흥미를 잃으며 무용을 그만두려 했다. 그 때 잠깐 수업 시간에 경험했던 현대무용을 떠올렸다. "이왕 춤을 그만두더라도 현대무용을 한번 해보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창조적인 공연이 좋았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어디서 배워야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2010년 서울 LG아트센터 공연될 예정이었던 정영두 안무가의 공연 오디션에 무작정 지원했다. 결과는 합격. 이 때 처음으로 현대무용 무대에 섰다. 이후 그를 눈여겨 본 안무가들과 작업을 이어나갔다. 2014년에는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에 합격했다.
그는 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과 안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안애순 전 국립현대무용단장은 "조형준은 어떤 동작도 소화한다"고 말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안되는 동작은 안하고, 되는 동작만 해서 그런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그의 별명은 '예수'다. 긴 머리카락에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 때문.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카페에서 만난 그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그가 10년째 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이유는 "매일 면도하기 귀찮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삶에 대한 특이한 시선 때문이다. "전 성공에 대한 목표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고 싶을 뿐이에요. 사람들이 미래가 걱정되지 않는지 묻지만 전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최근 그는 안무가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공간, 미술, 건축과 연계해 안무 작업을 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 아시죠? 부르다 보면 비행기가 나오고 소나무가 나와요? 아무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연결되죠.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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