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스타트업 기업의 3D 사이버 걸그룹, 차은택 석사 논문속 ‘나나걸스’와 흡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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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개된 3차원(3D) 걸그룹 ‘고고로켓씨스타’(위 사진)와 차은택씨의 2013년 석사학위 논문에 소개된 ‘나나걸스’ 캐릭터. 왼쪽부터 ‘제시’(논문에서는 제시카), ‘소이’, ‘래요’로 각 캐릭터의 이름, 외모, 특징, 키 등이 비슷하거나 같다. 유튜브 및 차은택 석사학위 논문 캡처
5일 공개된 3차원(3D) 걸그룹 ‘고고로켓씨스타’(위 사진)와 차은택씨의 2013년 석사학위 논문에 소개된 ‘나나걸스’ 캐릭터. 왼쪽부터 ‘제시’(논문에서는 제시카), ‘소이’, ‘래요’로 각 캐릭터의 이름, 외모, 특징, 키 등이 비슷하거나 같다. 유튜브 및 차은택 석사학위 논문 캡처
 5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셀 스테이지’에서는 3인조 3차원(3D) 캐릭터 힙합 걸그룹 ‘고고로켓씨스타’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1997년 사이버 가수 ‘아담’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사이버 걸그룹인 데다 외계에서 왔다는 독특한 콘셉트, 유명 힙합 뮤지션 ‘리쌍’의 길과 프라이머리가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점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걸그룹은 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의 폐막 공연에서 공식 데뷔도 했다.

 ‘고고로켓…’의 제작사는 광고영상 전문가였던 P 씨(48)가 지난해 8월 세운 푸른고래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최근 미르재단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인 CF감독 차은택 씨(47)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올해 1월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사무실 임차료가 무료인 데다 마케팅, 법률 지원 등 수억 원대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는 벤처단지 입주만으로도 큰 혜택으로 여긴다. 당시 입주 경쟁률은 13 대 1이 넘었다. 

 그런데 ‘고고로켓…’의 원작자가 수상하다. 차 씨가 2013년 6월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도교수로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3D 캐릭터와 판에 박은 듯 똑같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차 씨의 석사논문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융합에 관한 연구’에 나온 3D 캐릭터 ‘나나걸스’도 외계에서 온 3인조 캐릭터다. 멤버의 이름도 ‘제시카, 소이, 래요’(나나걸스)에서 ‘제시, 소이, 래요’(고고로켓…)로 한 글자만 고쳤을 뿐이다. 외모도 판박이다. 논문 속 ‘나나걸스’의 제시카는 비대칭 은발이 포인트인 섹시 캐릭터이고, 소이는 강렬한 붉은색 머리를 가진 작고 귀여운 모습, 래요는 짧은 머리에 털털하고 남자다운 성격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캐릭터를 구축한 뒤 ‘원 소스 멀티 유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같다. 차 씨가 논문에서 밝힌 계획대로 ‘고고로켓…’은 유명 아티스트인 길과 프라이머리의 명성에 힘입어 인지도를 높인 뒤 가수들이 서는 실제 무대에도 올랐다.

 ‘고고로켓…’을 만든 P 씨는 2004년 차 씨와 함께 애니콜 TV광고를 함께 작업했던 지인이다. 1996년 차 씨와 전시회 작업을 통해 처음 만난 20년 지기다. 차 씨가 자신이 논문에 쓴 3D 캐릭터 걸그룹을 지인의 회사에 맡겨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던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시켜 정부 예산을 ‘셀프 지원’받아 데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P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싱 작업은) 아는 음악감독이 소개해줬지만 누군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 감독은 예전에 알던 사이였지만, 벤처단지 입주에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차 씨의 논문에 나온 ‘나나걸스’와 ‘고고로켓…’ 캐릭터가 유사한 이유에 대해 “차 감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지훈·김정은 기자  

#셀 스테이지#고고로켓씨스타#차은택#나나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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