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나이가 뭣이 중헌디

  • 동아일보

“나이가 드니 안 좋은 게 딱 하나 있어요.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아졌다는 거죠.” 원로 연극배우가 말했다.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그였지만 80세를 넘기자 걸을 때 자주 부축을 받아야 한단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당당하게 무대를 채우는 그를 보며 ‘역시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힐러리 브래트 외 지음·신소희 옮김·책세상)는 60세를 넘겨 배낭을 메고 떠난 이들의 여행기를 모았다. 환갑을 기념해 프랑스, 일본, 영국을 자전거로 달리는가 하면 50년 전 교사로 근무했던 시에라리온의 학교를 찾아가는 이도 있다. 야생 회색곰을 관찰하려 북극권 한계선으로 가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또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걸 알기에 이들은 매 순간을 음미한다. 느리고 서툴더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그렇게 가면 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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