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 체납자의 천태만상 리얼하게 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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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악덕 체납자에게 맞서는 세금 징수 공무원의 분투를 그린 OCN ‘38사기동대’. 세금 징수 공무원들은 “실제로는 드라마보다 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OCN 제공
악덕 체납자에게 맞서는 세금 징수 공무원의 분투를 그린 OCN ‘38사기동대’. 세금 징수 공무원들은 “실제로는 드라마보다 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OCN 제공
‘금수저든 흙수저든, 세금은 공평하게 내자.’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예고편 자막이다. 이 드라마는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과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가 합심해 고액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낸다는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한정훈 작가는 체납자들의 천태만상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를 3개월 동안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모델이 된 38세금징수과의 이름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현장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리얼한 현실이 있다고 말한다.

○ “니들이 먹고 자고 입고 쓰는 것, 다 나 같은 사람이 너희들한테 동정심으로 베푼 거라고…나 국가에 의무 없어.”(7화)


국세와 지방세 500억 원을 체납한 방필규(김홍파)는 세금을 받으러 온 공무원들 앞에서 뻔뻔한 대사를 내뱉는다. 체납자가 공무원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거나 경비원들이 가택수색을 나온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나온다.

현실의 징수 과정은 더 황당할 때도 있다는 것이 38세금징수과 조조익 과장의 설명. 조 과장은 “체납자 딸이 골프채로 공무원을 때리거나 가스통을 들고 나와 불을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다”며 “체납자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면 가택 수색보다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작구청의 자동차세 담당 공무원 A 씨가 체납자가 휘두른 망치에 맞아 갈비뼈 골절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 “2009년도에 동생 마진철 씨 앞으로 재산 돌린 것 보고 왔습니다.”(4화)

극중 마진석(오대환)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아내와 위장 이혼하고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려놓는다. 38세금징수과에 따르면 실제 체납자들도 재산을 숨기기 위해 별장의 아궁이 속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 유령 해외 법인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쓴다.

실제로 서울시 지방세 1억여 원을 체납한 이는 형편이 어렵다고 했지만, 배우자 명의로 임대한 강남 아파트에서 6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며 살고 있었다. 배우자 명의 재산을 직접 압류할 수는 없지만 그의 납부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집을 수색해 공매가 가능한 물품 등을 압류했다는 설명이다.

○ “우리 담당 중에 체납액 제일 큰 사람이 누구지?”(1화)


극중 마진석은 국세와 지방세 약 60억 원을 체납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서원시청 백 과장의 첫 징수 ‘타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서원시의 배경이 된 서울시 체납액 1위는 누구일까. 현재 공개된 서울시 지방세 체납액 개인 1위는 조모 씨(83억 원)로 마진석보다 체납액이 더 많다.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 체납자 1위는 한보철강 전 대표 정태수 씨로 증여세 등 총 73건 2225억27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극중 방 회장의 국세 체납액 425억 원의 5배가 넘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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