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늘어선 100여 점, 주제와 연결점 못 찾아

  • 동아일보

소마미술관 기획전 ‘그 다음 몸’

김인배 작가의 조각품 ‘직각의 디스코’(2010년) 뒤로 안은미 작가의 ‘댄스’ 영상작품 3점이 보인다. 소마미술관 제공
김인배 작가의 조각품 ‘직각의 디스코’(2010년) 뒤로 안은미 작가의 ‘댄스’ 영상작품 3점이 보인다. 소마미술관 제공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생활환경 부대시설 배치는 공평하지 않다. 8월 28일까지 기획전 ‘그 다음 몸: 담론, 실천, 재현으로서의 예술’을 여는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을 찾아 걸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가까이 있을 때는 실감할 수 없다. 널찍하고 울창한 나무숲을 한달음에 찾아갈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

하지만 상쾌한 감흥은 아쉽게도 올림픽공원 산책로를 따라가는 진입로에서 그쳤다. 시의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관념적 전시 표제가 안긴 우려가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스란히 현실로 확인됐다. 소수의 신작 사이사이 여러 작가의 오래된 작품을 구색 맞추듯 섞어 건 구성에서 주제와 연결된 흐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개별 전시 작품이 흥미롭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100여 점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물이 이웃과 엮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늘어선 모습을 지켜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발길을 붙든 건 동선 말미 5전시실 안은미 작가의 ‘댄스’ 연작 3편이다. 16, 17, 19분 길이의 세 영상이 전시실 3면에 걸린 스크린에서 동시에 돌아간다. ‘조상에게 바치는 댄스’(2011년), ‘사심 없는 댄스’(2012년),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댄스’(2013년)로 제목을 나눠 붙였지만 내용은 하나다. 카메라 앞에서 막춤을 춰 달라고 요청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유쾌한 기록.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사업 수익금으로 운영하는 전시공간에서 다음 시대의 담론을 제안하는 알찬 기획전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무리한 힘을 빼는 편이 개별 작품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법이 될 거다. 전시 작품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면 조금 덜 혼잡했을지도. 삶은 돼지머리와 곶감 다발을 신명 나게 흔드는 저잣거리 상인들의 댄스를 바라보며 거듭 생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소마미술관#그 다음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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