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고 퍼뜩,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 대부분 사람에게 뉴턴(1642∼1727)은 이 ‘사과 일화’로만 각인돼 있다. 그러나 그는 매우 다양한 삶을 살았다. 라이프니츠보다 앞서 미분법을 알아냈고, 연금술과 성서 연구에 빠진 적도 있었다. 정치인으로도 활동했고 수십 년간 조폐국장을 지냈다.
자작농 집안의 유복자로 태어난 소심한 천재가 세상을 뒤흔들 원리를 발견하고 여든다섯 해의 삶을 마치기까지를 담은 전기다. 위대한 업적의 형성 과정과 그 배경, 사생활, 성격까지 촘촘히 담았다. 과학사학자인 저자는 초판 서문에서 “뉴턴을 연구한 최종 결과 ‘그에게는 한계가 없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다”면서 “(뉴턴은) 지성의 새로운 범주들을 만들어낸 극소수의 지고한 천재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뉴턴을 둘러싼 이야기가 다분히 과장되고 신비화됐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최초로 전기를 쓴 뉴턴의 조카사위 존 콘듀잇에 대해서는 “뉴턴의 모든 통찰에 거의 예외 없이 과장된 수사로 거품을 씌웠다”고 비판했다. 사과 일화도 거품의 산물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힌 ‘프린키피아’는 1687년 출간됐는데, 사과에서 영감을 얻은 20여 년 후의 일이다. 저자는 “하나의 영리한 생각은 과학적 전통을 형성해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기가 나오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1982년 출간된 이 책은 미국과학사학회의 ‘파이저상’, 미국 역사학회의 ‘리오 거쇼이 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어판 번역도 2명의 번역가가 참여해 2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1200질 한정판으로 제작된 책은 외양만으로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색지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양장 표지, 표지와 같은 색으로 칠해진 책배가 인상적이다. 영미권 출간 당시 이코노미스트의 서평처럼 “뉴턴이 뿌듯해할” 책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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