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권영민]한국문학, 든든한 후원자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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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맨부커상 받았지만… 세계무대에선 아직도 변방
역 출판 못지않게 체계적 홍보에 관심 쏟아야
작품소개 위한 낭독여행에 기업 후원도 검토할 때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소설가 한강 씨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출판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좋은 작품이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그 수준을 당당하게 평가받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문학 작품의 해외 번역 출판 자체가 대부분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임을 생각한다면, 한국문학이 여전히 세계문학의 변방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번역만 잘되면 금방 엄청난 독자가 밀려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한국문학은 해외 번역 출판을 통해 외국의 독자들과 만나 왔지만, 세계의 무대에서 별로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외국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가운데 재판 이상의 발간 실적을 보인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해외 출판시장에서도 크게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자체의 높은 수준과 그 독창적 상상력의 의미를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았고 질 좋은 번역도 거기에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작가와 작품에 대한 번역 출판에 대해서도 주목하면서 그 체계적인 홍보 작업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할 단계가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화적 교류와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개별 작품과 작가에 대한 홍보 작업을 어떻게 구성하고 실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 작업을 돌아보면, 전시성 행사 위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특정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행사에 한꺼번에 대여섯 명의 작가가 하루 이틀 정도 참석한다. 단발성으로 치르는 이벤트성 행사이니 작가들은 이런저런 준비를 하지만 주어진 짧은 시간에 제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사 후 지역 언론에 사진이라도 한두 장 올라가면 크게 홍보가 이루어진 것으로 만족하고 국내의 언론에까지 그 내용이 보도되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행사만으로는 일반 독자층을 지속적으로 한국문학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출판이 성공하려면 그 작품과 작가를 개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새로운 홍보 프로그램을 제도화하여 운영해야 한다. 특정 작품이나 작가 개인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일에는 출판사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예산이 별도로 있어야 하고 적극적인 후원자도 필요하다.

좋은 작품이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면, 그 지역의 해외 공관에서도 이를 널리 소개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자신의 작품 소개를 위한 작가의 낭독 여행(reading tour)을 기업이 자체 홍보 사업으로 후원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유명 스포츠 선수의 해외 전지훈련에 기업이 엄청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 대학의 한국학 관련 기관을 서로 연계하여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은 이제 세계화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는 한국문학 작품이 이질적인 외국문학 속에 들어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중한 만남은 문학에 대한 일반 독자의 태도와 취향에 의해 그 성패가 결정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만남이며 그 만남을 통해 서로 정서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일이다. 재능이 있는 한국의 작가들이 마음 놓고 자유롭게 외국의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널리 소개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가 필요하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소설가 한강#채식주의자#맨부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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