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의 세계, 아이 눈높이에서 보듬고 관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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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영화 ‘우리들’에서 선이(오른쪽)는 전학 온 지아와 금세 친해지고 여름방학을 줄곧 함께 보낸다. 하지만 조금씩 오해가 쌓이면서 둘 사이는 멀어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우리들’에서 선이(오른쪽)는 전학 온 지아와 금세 친해지고 여름방학을 줄곧 함께 보낸다. 하지만 조금씩 오해가 쌓이면서 둘 사이는 멀어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엣나인필름 제공
초등학교 4학년은 복잡한 나이다. 남자아이보다 좀 더 빨리 사춘기가 시작되는 여자아이에게 특히 그렇다. 어른들의 세계에 물들기 시작한 아이들은 성적이나 외모, 집안 형편으로 서로 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16일 개봉하는 ‘우리들’은 딱 그맘때,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한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보듬는 영화다.

학교에서 늘 외톨이인 선이(최수인)는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지만 가족끼린 친밀한 선이와, 용돈은 많이 받지만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사는 지아는 금세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친해진다. 하지만 인기도, 성적도 1등이지만 선이를 유독 미워하던 보라(이서연)가 영어학원에서 지아를 만나 친해지면서 지아와 선이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아이들의 키에 맞춰져 있어 어른들은 허리쯤까지만 비추곤 한다. 영화는 두 소녀가 서로 좋아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상처받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다툼이 결코 어른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하며 용기와 화해의 메시지를 확장해낸다.

이번이 장편 데뷔작인 윤가은 감독은 되도록 연기 경험이 적은 아역으로 캐스팅을 했다. 날것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장면 대부분을 대본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하며 즉흥연기를 유도했다. 덕분에 화면에는 인공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의 진짜 표정과 감정이 가득 담겼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촬영 방식, 맑고 부드러운 화면 등 언뜻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철저히 존중한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보다 더 솔직하다. 올해 제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아동·청소년 영화 섹션인 제너레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 5개 만점)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우리들#영화#윤가은 감독#베를린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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