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의 호모부커스]노벨문학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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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歐洲)에는 소위 노벨상금이라는 것이 있어 매년 문학적 대작을 내놓은 한 사람에게 8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고 한다. 재작년엔 인도 시인 타고르가 이 상을 받았으니 이것이 동양인에게 노벨상의 효시이다.” 춘원 이광수가 1916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문학이란 하(何)오’ 가운데 11월 21일자 일부로,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을 소개한 사실상 최초의 글이다. 올해가 노벨문학상 소개 100주년인 셈인가.

타고르는 191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수상자가 없었기에 춘원이 ‘재작년’이라 표현한 듯하다. 노벨문학상 소식 중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고의 관심을 모은 것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수상 소식이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의 작가였으니 질투 섞인 부러움이 컸다.

가와바타의 수상이 “일본 문학을 체계적으로 세계에 소개하는 데 진력해 온 도널드 킨 등 외국인 번역문학가의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이라는 진단,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서는 몇억 원씩 쏟으면서 학문, 예술에 대해선 인색하다”는 지적 등이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김치수는 가와바타의 작품 세계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그의 대표작 ‘설국’이 날림으로 번역되어 10종 이상 출간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H출판사가 우리 고전 50권과 함께 현대 작품들도 영역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명목으로 문화공보부가 1969년도에 책정한 예산 600만 원은 이런 종류의 예산으로는 사상 처음이었으나 용두사미가 되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추진한 주요 작가 영역 선집도 지지부진했다.

타고르와 가와바타 이후 동양인으로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중국의 모옌이 각각 1994년과 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옮긴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이런 질문이 다시 활발해졌다. 우리나라 작가는 언제쯤?

재미 작가·언론인 피터 현이 1982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노벨문학상 언제나 타게 되나’에 오래된 답이 나온다. “중국 문학이나 일본 문학은 훌륭한 번역가를 갖고 있었지만 한국의 번역 작품들은 서툰 번역으로 문학적 가치를 훼손당하고 있다. 좋은 번역가를 발굴해 번역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일시적인 노벨문학상 열병에 휩쓸리지 말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외 독자들에게 읽혀야 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노벨문학상#가와바타 야스나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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