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맛’을 느끼고 싶다

  • 동아일보

핸드메이드 생활공예품 인기

기계로 찍어낸 상품이 아닌, 사람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위부터 도예작가 김석응 씨의 컵, 금속공예 작가 전경아씨의 팔찌. 마이마스터즈 제공
기계로 찍어낸 상품이 아닌, 사람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위부터 도예작가 김석응 씨의 컵, 금속공예 작가 전경아씨의 팔찌. 마이마스터즈 제공
회사원이자 주부인 전지은 씨(33)는 핸드메이드 공예품에 흠뻑 빠져 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백화점과 벼룩시장, 핸드메이드 전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그릇과 가구를 사 모은다. 전 씨는 “수공예 자기나 목공예품은 틀에 박힌 모양이 아니라 더 정감이 간다”고 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이경신 씨(36)도 최근 공예가가 직접 만든 사무용품과 액세서리를 여럿 구입했다. 이 씨는 “요즘 수공예 손목시계를 사려고 생각 중이다. 작가가 공들여 만든 제품이라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생활용품에서 사람의 ‘손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백화점 리빙관에 기성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제품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공예 작가가 만든 생활용품을 한자리에 모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인기다.

카카오톡은 2월부터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선주문 생산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주 10∼20개의 상품을 소개하는데 상품마다 정해진 최소 수량 이상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이 진행된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상품 생산자의 상당수가 아티스트들이다. 단기간 매진된 제품이 많다”고 전했다.

핸드메이드 생활용품의 인기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엣시(etsy.com) 같은 수공예품 직거래 사이트가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아이디어스(idus.com) 같은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수준급 작가를 선정해 제품을 소개하는 업체도 생겼다. 지난해 ‘작가주의 생활용품’을 표방하며 문을 연 마이마스터즈(mymasters.net)의 김광신 대표는 “수공예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완성도 높은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의 필요를 느꼈다. 작가의 판매 마케팅을 지원하고, 소비자에겐 질 높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로 다양화는 공예 작가들에게도 고무적이다. 목공예 작가인 박하수 씨는 “과거에는 유명 작가가 아니면 작품 홍보나 판매가 어려웠다. 이제 신인 작가라도 해외까지 작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금속공예 작가인 전경아 씨 역시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늘었다. 금속공예 제품에 관심 있는 분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류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3차원(3D) 프린터 같은 기술 발달로 공예품 생산이 수월해진 데다 대량 생산품에 질린 소비자가 늘면서 크래프트 이코노미(craft economy·공예 경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시장이 커졌다. 사회가 디지털화될수록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핸드메이드#손맛#김석응#전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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