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작곡가 알벤이 표현한 ‘스웨덴의 白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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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고 알벤
후고 알벤
해가 점점 길어지는군요. 저는 워낙 ‘아침형’ 일상을 살아왔지만 요즘은 눈뜨려 작정했던 시간보다 일찍 창이 밝아져 조금은 성가시기도 합니다.

낮 시간의 길이는 하지(올해는 6월 21일)를 중심으로 가장 길고 그 날짜에서 멀수록 길어지니, 요즘의 낮 길이는 한여름인 8월 말과 비슷한 셈입니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 위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가 곧 시작될 것입니다. “이제 겨우 봄인데 무슨 백야야?” 할 수도 있겠지만, 백야 기간은 위도에 따라 일정하지 않으며 지구본의 ‘북극권’ 표시 북쪽으로 더 북극에 가까울수록 그 기간은 길어집니다.

북극권보다 남쪽이라면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백야는 나타나지 않지만, 해가 진 뒤에도 하늘이 계속 환한 채로 있다가 이내 다시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환한 여름밤’을 묘사한 음악도 있습니다. 스웨덴 작곡가 후고 알벤(1872∼1960)의 ‘스웨덴 환상곡 1번’입니다. 부제 ‘Midsommarvaka’는 ‘하지 축일 전야’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한여름의 백야제’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스웨덴의 민속 선율을 사용해 환한 밤의 즐거운 축제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북유럽 나라들은 흔히 광장에 높은 장대를 세워놓고 축제를 펼치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등을 통해 낯익은 장면입니다.

알벤은 창작생활 대부분을 20세기에 보낸 만큼 간혹 ‘현대적으로 난해한’ 작품도 썼지만, 이 ‘한여름의 백야제’는 듣기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1970년대엔 우리나라 TV에 영양제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였으니 제목은 생소하더라도 선율만큼은 친근하게 기억하시는 독자가 많으실 겁니다.

이 알벤의 생일이 오는 일요일인 5월 첫날이고, 그의 기일은 일주일 뒤인 5월 8일입니다. 여러모로 해가 길고 환한 계절이 올수록 기억하기 좋은 작곡가입니다.

마침 동아일보가 6월 27일∼7월 7일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총 11일 일정으로 준비한 ‘피오르와 만년설 찾아… 백야의 신비 속으로’ 여행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군요.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힐링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환한 여름밤#후고 알벤#스웨덴 환상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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