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냐’ 질문에…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달라” 뉴튼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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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양식이 인종과 국적과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골고루 나누어가진 자질이듯이 어리석음도 인류의 천부적인 특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2003년)

제목만 보고 책을 집은 독자들은 첫 장부터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무엇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 사실 이 책의 원 제목은 ‘작은 일기 두 번째 권’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문학잡지에 냈던 칼럼이 작은 일기란 애칭으로 불리면서 이것들을 모아 놓은 칼럼집이다. 2월에 타계한 세계적 석학의 세상 비꼬기를 보고 있노라면 독자들도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에코는 남을 생각하지 않고 줄곧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에 대해 축구를 예로 들며 비꼰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전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에코는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좋고 다수가 좋아하면 당신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고 축구 얘기만 늘어놓으며 상대방이 듣기를 강요하는 사람들을 비꼰다.

에코의 휴대전화 통화론도 재미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쉼 없이 큰 소리로 통화를 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에코는 이들이 누군가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결과적으로는 내면이 삭막한 사람, 혹은 자기가 이런 지위에 있다는(에코에 따르면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위가 약하다)것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세상 비틀어보기만 있지는 않다. 에코의 유머코드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지내십니까’란 글에 그의 유머스러운 면이 잘 나타나 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란 질문에 대해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작곡한 안토니오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튼은 “제때에 맞아떨어지는 질문을 하시는군요”로 대답할 것이라는 것이 에코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공산당 선언의 저자인 칼 마르크스는 어떻게 대답할까. 에코가 생각한 대답은 “내일은 더 잘 지내게 될거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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