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한 수]우승상금 5억 원으로 올려 ‘세계 최고기전’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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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지난달 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최종국.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남은 이세돌 9단(왼쪽)이 중국과 일본 기사 3명을 연파하며대역전 우승을 눈 앞에 뒀으나 현재 세계 기전 3관왕 커제 9단의 벽에 막혀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이 9단의 3연승은 마지막까지 대회를 짜릿한 명승부로 이끌었다. 농심 제공
지난달 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최종국.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남은 이세돌 9단(왼쪽)이 중국과 일본 기사 3명을 연파하며대역전 우승을 눈 앞에 뒀으나 현재 세계 기전 3관왕 커제 9단의 벽에 막혀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이 9단의 3연승은 마지막까지 대회를 짜릿한 명승부로 이끌었다. 농심 제공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 중국 상하이그랜드센트럴호텔에선 이세돌 9단의 컨디션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결이 펼쳐졌다.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었다.

농심신라면배는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기사가 5명씩 출전해 연승전(이기면 계속 두는 것) 방식으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3연승 하면 1000만 원의 보너스가 주어지고, 이후 1승을 거둘 때마다 1000만 원씩 추가된다. 만약 한 선수가 다른 나라 선수를 혼자서 물리쳐 10연승을 하면 8000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의 보너스를 준다. 특히 이번 대회는 농심 측의 결단으로 우승상금이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라 3국 선수들이 모두 우승을 바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 한국의 남은 선수는 이세돌 9단 한 명뿐이었다. 5명 중 최철한 9단만이 2승으로 제 몫을 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이 1승도 건지지 못한 탓이었다. 반면 중국은 2명, 일본은 2명이 남아 있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이세돌 9단이 4연승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혈혈단신인 이세돌 9단은 “혼자 남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한 판 한 판 두겠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일인 2일은 마침 그의 생일이었다. 이세돌 9단은 “생일이라 자신 있다”는 말을 남기고 대국장으로 들어갔다.

상대는 일본의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 이번 대회에서 구리 9단을 꺾었으나 이세돌 9단의 상대는 아니었다.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여 무라카와 8단을 넘어뜨렸다.

이세돌 9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둔다는 소감을 밝혔으나 실제 대국에 임해서는 용서가 없었다. 중국 신예 롄샤오 7단을 넘은 뒤 일본의 1인자인 이야마 유타 9단 역시 꺾으며 3연승을 이뤄냈다.

설마 하던 4연승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마지막 상대는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 이세돌 9단은 올해 초 멍바이허배 결승 5번기에서 커제 9단을 만나 2승 3패로 아쉽게 졌다. 개인적으론 설욕전이자, 한국팀으로선 제6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 9단이 5연승을 거두며 우승한 ‘상하이 대첩’을 재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5일 열린 최종국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공개해설장엔 150여 명이 몰려들었고, 대국 기보를 보여주는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동시 접속자 수는 최고 100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중반까지 팽팽했던 형세는 종반으로 넘어가기 전 조금씩 커제 9단에게 기울었다. 243수 만에 커제가 승리해 우승컵을 중국에 넘겨줬다. 물론 이세돌 9단이 우승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3승 1패의 성적으로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두고 컨디션을 제대로 조율했고 농심신라면배는 최근 보기 드물게 박진감 넘치는 3국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세돌 9단은 10회 대회(2009년)에서 창하오 9단과 구리 9단을 연파하며 우승컵을 한국 팀에 안겨주기도 했다.

농심신라면배 역사에서 압권인 인물은 단연 이창호 9단이었다. 2005년 6회 대회에서 최종 주자로 출전한 이창호 9단은 중국 3명, 일본 2명 등 무려 5명을 홀로 상대해야 했다. 그는 부산에서 뤄시허 9단을 꺾은 뒤 상하이로 건너가 왕리청 창하오 장쉬 왕시 등 4명을 물리쳐 5연승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상하이 대첩이라 불리는 이 승리는 올해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바둑기사인 박보검이 해내는 것으로 설정돼 바둑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다. 이창호 9단은 1∼5회 대회에서도 우승을 결정지었고 6회 대회 이후에도 8회, 11회에서 우승을 결정지어 ‘끝판왕’으로 이름을 높였다. 특히 11회 대회에선 최종 주자로 3연승을 거뒀다. 농심배에서 통산 19승 3패.

팀별로는 지금까지 한국이 11회, 중국이 5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神의 한 수#바둑#농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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