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전수미 “뮤지컬 뒷이야기…수다 떨고 싶었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4일 05시 45분


2000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해 17년 동안 뮤지컬 한 우물만을 파 온 배우 전수미가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섰다. ‘전수미의 티켓파워’는 공연계 소식은 물론 배우, 스태프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공개해 공연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00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해 17년 동안 뮤지컬 한 우물만을 파 온 배우 전수미가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섰다. ‘전수미의 티켓파워’는 공연계 소식은 물론 배우, 스태프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공개해 공연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팟캐스트 ‘전수미의 티켓파워’ 전수미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17년차 뮤지컬배우
홍경민·브라이언 등 게스트와 에피소드 풀어내


황금빛 옥좌에 앉아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객석을 내려다보며, “난 왕이 될 거야”를 부르짖던 클레오파트라를 보고 전율했다. 여배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박력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 어둡고 처절하면서도 더없이 아름다웠던 클레오파트라. 배우 전수미와의 첫 만남은 7년이 흘렀어도 잊을 수가 없다.

17년차 뮤지컬 배우 전수미(36)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뮤지컬 팬들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로 나섰다. 2월 5일 첫 방송을 탔고, 벌써 5회가 나갔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 중인 홍경민과 브라이언, 고유진을 비롯해 배우 김호영, 정영주, 이은율, 심건우 등이 전수미의 마이크를 통해 청취자들과 만났다.

‘전수미의 티켓파워’가 팟캐스트의 타이틀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권력’이 티켓파워다. 프로그램 이름을 직접 지었다는 전수미가 웃었다.

“별 뜻없이 지었어요. 큰 의미는 없어요.” 적어도 “전수미의 티켓파워를 높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프로그램이 ‘파워’를 얻으면, 뮤지컬 팬이 아닌 청취자들에게도 뮤지컬의 재미를 알리고 부담없는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2000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이래 17년간 쉼 없이 뮤지컬 작품을 해 온, ‘잘 나가는’ 배우가 왜 느닷없이 팟캐스트란 생소한 무대에 올랐을까.

“뮤지컬의 뒷이야기를 여한없이 풀어보고 싶었다. 배우들의 이야기도 좋지만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스태프들이 갖고 있다. 소품담당, 음악감독, 무대감독 등 말도 안 되게 웃긴 얘기가 많다. 그 분들을 마이크 앞에 모셔다 놓고 수다를 떨듯 얘기해 보고 싶었다.”

배우가 엉뚱한 소품을 들고 무대에 나간 이야기, 배우가 무선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는 바람에 극장 전체에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 이야기 등 전수미가 들려주고 싶은 에피소드는 천일야화처럼 끝이 없다.

배우 전수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배우 전수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대본도 직접 써, ‘보이는 라디오’·콘서트도 계획 중

전수미는 데뷔가 빨랐다. 인문계 학과에 대학 입학했지만 부모에게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재수한 끝에 연극 영화과에 들어간 전수미는 재능을 알아본 선배가 오디션을 권유해 ‘아가씨와 건달들’의 앙상블 배우로 데뷔했다. 대학입학 실기시험 때 준비해간 반주CD가 먹통이 되자 “그냥 하겠습니다”하고 입으로 “빰빠라빰” 반주를 하며 노래를 해 심사위원 교수들을 감동시킨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관련학과 입시계에서 유명한 에피소드다.

팟캐스트 ‘티켓파워’의 탄생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1980년대 유명했던 록그룹 다섯손가락의 드러머이자 작곡가인 박강영이 “곡을 줄 테니 작업을 같이 해보자”고 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팟캐스트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팟캐스트를 열심히 들어봤다. 인기 상위권은 정치 분야의 방송이 많이 차지하고 있더라. 다행히 문화 관련 팟캐스트들도 있기에 모두 들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더라(웃음).”

초짜 배우시절 대본을 대하듯 팟캐스트를 팠다. 일반 라디오 방송도 열심히 들었다. 라디오 방송진행 경험이 있는 선배들을 붙들고 새벽 2∼3시까지 통화하는 날도 있었다.

방송대본도 직접 썼다. “누구세요?”로 시작하는 짜릿한 오프닝 멘트도 전수미가 직접 쓴 멘트이다. “처음엔 산만했던 분위기가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비로소 게스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5회 방송부터는 작가도 생겼다며 좋아했다.

아직은 초반이라 배우 게스트가 많지만 점차 스태프의 출연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20회쯤 되면 스튜디오 모습을 공개하는 ‘보이는 라디오’를 해볼까 싶단다. 출연자들을 모아 소극장에서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전수미의 티켓파워’는 공연을 소재로 한 방송답게 1부, 2부가 아닌 1막, 2막으로 나누어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한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정말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답니다.”

‘티켓파워’가 여력이 된다면 기자도 한 번쯤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실은 공연담당 기자도 들려드릴 얘기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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