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공간에 주목하는 현대미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끼리의 방: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간/전영백 지음/292쪽·2만6000원/두성북스

저자는 홍익대 예술학과와 미술사학과 교수다. 서문에서 그는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한데 그것이 너무 거대하고 당혹스러워서 언급이 꺼려지는 상황을 뜻하는 관용구인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에서 책의 제목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현대미술이 다루는 주제에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누군가 감추고 싶어 하지만 도저히 감춰지지 않는 문제 또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은 일말의 해방감을 느낀다.”

본문은 리처드 세라, 고든 마타클라크, 제임스 터렐, 올라푸르 엘리아손, 도리스 살세도, 아이웨이웨이, 레이철 화이트리드, 서도호, 애니시 커푸어, 앤터니 곰리 등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가 10명의 공간 설치 작업을 차례로 짚었다.

“현대미술을 선두에서 이끄는 작업들은 규모가 크고 공간과의 연계가 밀접하며 건축과 직결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관람자들은 작품에의 시각적 ‘몰두’를 넘어 몸으로 체험하며 ‘침잠’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에 가 보면 건축과 미술의 경계가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작품 전시 현장의 시각적 이미지를 포착한 사진 자료와 설명 텍스트다. 다행히 터렐, 엘리아손, 커푸어 등 저자가 언급한 작가들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최근 국내에서 자주 마련되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 몸으로 다가가 저마다의 감흥을 정리하기 전에 참고할 만한 안내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코끼리의 방#전영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