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인간답게 사는 법, 독서

  • 동아일보

◇읽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지음/정수윤 옮김/256쪽·1만4000원/위즈덤하우스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지난 일주일 동안 538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해마다 독서인구가 감소한다는 기사를 본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쁘거나 먹고살기 팍팍해서 독서할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다. 책을 읽는다고 잘사는 것도 아니고, 책을 안 읽는다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인생 전체로 독서의 이유를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노작가는 죽기 전에 자신이 읽어온 책들에 작별 인사를 나누는 마음으로 ‘인생의 책’을 독자들에게 건네주는 의식을 치르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오늘의 오에 겐자부로를 만든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노벨문학상을 받아 이미 경지에 이르렀을 법한 노작가도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장남과 생계의 어려움, 창작의 고통이 주는 힘든 삶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아무래도 인생을 살며 구덩이 같은 데 빠지기 쉬운 타입이 아닌가 싶어요. 가끔 고통스러운 곳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았어요. 괴로울 때는 주로 책을 읽습니다.” 그는 책을 통해 인생의 향방을 정했고, 책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구원과 살아갈 힘을 얻었다. 노작가가 인생의 끝자락에 지금의 모습으로 다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독서이다. 그는 어렸을 적 읽었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부터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와 단테의 ‘신곡’까지 평생 누려온 독서의 기쁨을 아낌없이 독자들에게 나눠 준다.

노작가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 중에서 신체 밖으로 튀어나온 여러 개의 혈관이 외부의 대상과 연결되어 있는 작품을 보고, 자신과 서고에 있는 책들이 그렇게 혈관으로 이어져 있다고 느끼며 살았노라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 책은 우리의 일부이자 우리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먹물 방울이며, 우리는 독서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독서에 의해 만들어지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살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사람이, 독서를 통해 살아가는 인간이 바로 진정한 ‘읽는 인간’이라고 알려준다.

‘파랑새’를 쓴 모리스 마테르링크의 말처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어렵고 힘든 세상 속에서 나와 타인의 인생이라는 가장 난해한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 독서라는 연습이 필요하다. 진정 잘 사는 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영주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읽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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