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공부는 내면에 축적되는 지혜… 힘들 때 꺼내 먹는 거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공부할 권리/정여울 지음/352쪽·1만6500원·민음사

‘공부할 권리’ 펴낸 정여울 씨

국내 인문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40·사진)의 존재는 눈에 띈다.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여행서 ‘내가 사랑한 유럽’ 시리즈에서 여행과 인문학을 묶는 시도를 했던 그이다. 정 씨는 요즘 잘나가는 인문학 필자이자 희귀한 여성 파워라이터이기도 하다. 정 씨가 최근 ‘공부할 권리’(민음사)라는 인문 에세이집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밀턴 에릭슨의 심리학을 얘기하면서 동화 ‘신데렐라’를 재해석하고 카뮈의 소설 ‘이방인’과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태그의 삶을 연결하는 등 문학과 철학, 심리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와 이런 가치를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목이 눈에 띈다. 공부할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니.

“내가 말하는 공부란, 인문학이나 여행처럼 당장에 쓸모가 없더라도 인생의 기쁨을 주는 지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일회성인 정보와 달리 이런 지식은 내면에 축적돼 오랫동안 지혜로 발휘될 수 있다.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 때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게 이런 지혜들이다. 공부가 권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공부가 삶에 도움이 된 적이 있었나.

“공부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은 학교를 나와서부터인 것 같다. 내 삶을, 내가 사는 세상을 거리 두고 바라보는 능력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를 통해 알게 됐다. 원래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었는데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나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할까.”

―학부에서는 독문학을, 석·박사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심리학, 철학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문학이 포괄하는 영역이 넓다 보니 다양한 학문에 눈 돌릴 수 있었다. 내 성향 자체가 잡스럽기도 하다. 만일 다시 20대가 돼서 필요한 공부를 찾으라고 한다면 인류학이나 심리학을 선택할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

―이번 책은 전작과 달리 경어체로 썼다.


“처음엔 평서체로 썼다가 나중에 바꿨다. 내 또래뿐 아니라 더 젊은 독자층까지 쉽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강의의 느낌을 살렸다.”

―책을 많이 읽는다. 효율적인 책 읽기 방법을 소개한다면….

“내 경우 과거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을 때 예전의 기억과 지금의 욕망이 결합되며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비단 책 읽기뿐 아니라 타인의 삶과 체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게 결국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혹시 소설은 안 쓰나.

“소설가를 존경하고 부러워하는데 소설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썼다가 버린 적은 있다. 우선 있는 자료를 모아 평전 같은 논픽션에 도전해볼 계획도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낸 ‘헤세로 가는 길’에 이어 헤르만 헤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망라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는 낭독선집도 준비 중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공부할 권리#정여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