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3연패 뒤 1승, 이렇게 기쁠수가…” 회견장 연신 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3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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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 동안)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5국은 흑으로 이기고 싶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초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백을 잡은 이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불계승했다.

그는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알파고를 상대로) 4-1, 5-0 승리를 얘기 했을때 3-1로 앞서고 있다가 한 판을 (알파고에게) 지면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장은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9단은 “국민들의 격려와 응원 때문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 아닌가 싶다”며 “이번 1승은 어떠한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값어치 있는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이 9단이 기계 알파고에 3연패를 당하고 심리상태를 걱정했다는 질문에는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대국을 중단시킬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흑으로 이기는 게 값어치가 있을 것 같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9단은 현장에서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게 마지막 대국에서는 흑돌을 잡고 싶다고 즉석 제의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허사비스는 즉각 수락했다.

이 9단은 대국 중에 알파고의 두 가지 약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보다는 흑을 조금 더 힘들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자기가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오면 일종의 버그 형태의 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알파고는 이 9단의 기보를 입력하고 있고 이 9단은 알파고의 기보를 갖고 있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정보가 있었으면 (경기가) 수월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 한다”며 대인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글 측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 9단의 인간 승리에 대해 큰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허사비스는 “오늘 알파고에게 이세돌 9단은 버거운 상대였다고 생각 한다”며 “초반에 시작할 때는 알파고가 스스로 우세하다는 추정값을 냈다. 이렇게 진행되다가 이세돌의 묘수가 나왔고 알파고가 실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오늘의 패배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하다. 영국에 돌아가서 기보를 분석할 것이며 향후 알파고를 개선하는데 활용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교수는 “알파고는 승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수를 놓다가 기준 값 밑으로 떨어지면 컴퓨터 스크린 상에 불계패를 띄운다”며 “오늘은 알파고의 한계가 노출됐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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