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대적이고 고전적인… “이게 바로 원조 햄릿”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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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햄릿’… 해오름극장 ‘NT Live’ 프로 상영

영국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이 제작한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떠올리며 칼을 치켜든 채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Johan persson 제공
영국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이 제작한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떠올리며 칼을 치켜든 채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Johan persson 제공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연극 대사가 또 있을까. 숱하게 본 연극 ‘햄릿’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의 ‘햄릿’에선 원조의 힘이 느껴졌다.

국립극장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부터 해오름극장에서 이 프로덕션의 ‘햄릿’을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의 화제작을 스크린에 담아 세계 극장과 영화관에 상영하는 ‘NT(National Theatre) Live’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막을 올린 ‘햄릿’은 현지에서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국 BBC TV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해진 베네딕트 컴버배치(40)가 주연을 맡은 데다 웨스트엔드 유명 연출가 린지 터너(40)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개막 1년 전 시작한 예매는 티켓 오픈 7시간 만에 12주간 80회 공연 전석이 모두 판매돼 영국 연극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을 세웠다.

NT Live를 통해 소개된 영국의 ‘햄릿’은 가장 현대적이자 고전적인 햄릿을 완성했다. 의상과 소품, 무대는 최신 감각에 맞게 꾸몄지만 대사는 원작의 텍스트를 그대로 살렸다.

컴버배치는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는 극중 내내 섬세한 표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숙부와 어머니의 배신을 알아채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되갚고자 복수로 이를 가는 장면에선 그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어머니와 숙부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풍자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땐, 드라마 셜록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발랄함과 함께 광기 어린 분노까지 담아냈다.

컴버배치의 명연기만큼 인상적인 것은 넓고 깊은 무대였다. 연출가 터너는 2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왕궁과 맞닿은 깊은 출구를 이용해 배우들의 동선을 생동감 넘치게 배치했다. 또 절망을 이야기하는 2막 내내 무대 공간을 검은 흙더미로 가득 메워 침울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3일까지 전석 1만5000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햄릿#베네딕트 컴버배치#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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