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사자도 원숭이도 초콜릿 한조각을 노리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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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콜릿/장선환 지음/44쪽·1만2000원/창비

앞발을 입에 물고 더없이 행복하게 미소 짓는 치타 한 마리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미어캣 한 무리의 고정된 시선이 속표지의 제목 글씨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책장을 넘기면 초원의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차가 달려오고 있어요. 운전하는 사람이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운전자가 떨어뜨린 초콜릿은 붉은코끼리땃쥐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 이 초콜릿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이 책은 문명이 야생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렇게 야금야금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모든 끝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의미 없는 ‘처음’이 마지막에 일어난 일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 배치한 동물들의 움직임이 전개에 속도감을 더합니다. 붓 자국이 드러나는, 거친 듯 단순화한 선이 자유롭고 친근하게 느껴져요. 안정감 있는 색채가 자유로운 붓질을 정돈해주고 있어요.

움직이는 모양을 글 텍스트를 활용해 보여준 것도 유머러스합니다. 미어캣, 붉은코끼리땃쥐, 사바나원숭이, 아가마도마뱀 등 이름도 생소한 동물들은 물론이고 익숙한 기린, 사자, 코끼리들의 행동과 표정들도 살아있어요. 땅에 떨어진 초콜릿 부스러기들은 개미들 차지가 되었어요. 이 그림책을 초콜릿 하나로 여러 동물 친구들이 사이좋게 나눠먹는 이야기로 오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의 책 소개 글을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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