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승리를 위해’… 아들도 이적시킨 명장의 고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리딩: 나의 인생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서 배운 것들/알렉스 퍼거슨, 마이클 모리츠 지음·박세연 조철웅 옮김/436쪽·1만8000원·RHK

27년간 英 축구팀 맨유 감독 맡아 팀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끈 퍼거슨
선수들 엄격하게 통제하며 오직 승리를 위한 전략에 집중
“베컴 영입 위해 캠프 초청 ” 등 유명 선수들과의 일화도 소개

정식 교육은 열여섯 살에 끝났고, 기계 제작 견습생으로 일하며 주말에 축구를 했던 한 소년이 있었다. 조선소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무뚝뚝했지만 성실했고, 비행기 부품 공장에서 근무했던 어머니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실함과 칭찬의 힘을 일찌감치 알았던 소년은 훗날 축구 감독이 됐고, 이를 실천했다. 사반세기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아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알렉스 퍼거슨 경이다.

자서전 ‘알렉스 퍼거슨 나의 이야기’(문학사상)가 지난해 나왔지만 이 책은 그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다. 평생 오전 7시에 출근한 그는 오직 승리를 위한 전략에 집중했다. 선수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다른 팀의 경기를 챙겨 봤다. 1930년대 뉴욕 록펠러센터 건설 현장에서 수백 피트 높이의 철제 난간에 앉아 점심을 먹는 노동자 열한 명의 흑백 사진을 훈련장 사무실에 걸어 놓은 건 동료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전력에 지장을 주는 건 작은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긴 머리와 액세서리 착용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더 민첩해지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면서 왜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는 머리카락을 기르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십자가 목걸이는 골고다 언덕길을 따라 순례자들이 이고 가는 십자가보다 무거워 보였다.”

문신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한 번도 몸에 손댄 적이 없을 정도로 자제력이 뛰어나다고 기어이 덧붙이는 모습에서는 노장의 고집이 엿보인다.

저자는 선수들을 대했던 방식을 소탈하고 솔직하게 들려준다. 버스 앞자리에만 앉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지만 고민하는 선수들에게는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에서 큰 실수를 한 선수는 이미 충분히 고통스럽다는 걸 알기게 질책하지 않았다.

쌍둥이 아들 대런이 맨유에 입단했지만 전력 강화를 위해 아들과 같은 포지션에 더 뛰어난 선수를 영입했다. 결국 아들은 이적했다. 다정한 아내는 아직도 이를 용서하지 못해 “아들을 팔아먹은 아버지라니”라는 말을 가끔 듣고 산단다.

선수들이 경기 때마다 상대방 선수들과 비싼 유니폼을 바꿔 입고 이를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걸 보면 울화가 치밀었다는 대목에서는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후원사의 유니폼 재고가 떨어지면 구단이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명 선수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날두는 발목에 무게 추를 달고 드리블 연습을 해 환상적인 발 기술을 개발했다. 열두 살의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기 위해 여름 훈련 캠프에 초청하고 1군 선수들의 라커룸도 구경시켜줬다.

자로 잰 듯 요모조모 따지며 리더십을 분해하는 대신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나의 시대는 모두 끝났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뒤돌아보지 않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치열하게 불사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알렉스 퍼거슨#리딩#맨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