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 동안 흑인수상 15건… 색깔을 거부하는 ‘하얀 오스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아카데미상 인종차별 논란

《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 이 말은 진실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1929년 시작해 올해까지 88번째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흑인은 고작 15명뿐이다. 최근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완화됐을까. 동아일보가 2000∼2015년 16년간의 남녀 주연상 조연상 감독상 작품상 공로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조사한 결과, 112개 부문 중 흑인에게 돌아간 상은 모두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29∼1999년 총 4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다. 》

첫 흑인 수상자는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와 여우조연상을 받은 해티 맥대니얼이다. 하지만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두 번째 흑인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25년이 걸렸다. 2002년 포이티어가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덴절 워싱턴과 핼리 베리가 동시에 남녀 주연상을 타기도 했지만, 전체 수상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다. 2014년에는 루피타 뇽오가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을 탔고 같은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역시 흑인 배우가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오르지 못한 데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후보가 발표된 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대니 보일 감독, 배우 맷 데이먼 등 백인 영화인까지 시상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는 힙합의 탄생과 흑인 래퍼들의 인생을 다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등 흑인 감독이 연출했거나 흑인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화제작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 중 ‘스트레이트…’만이 각본상 후보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셀마’가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의 후보로 점쳐졌지만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아카데미는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동성애자 등 다른 소수계층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다. 2001년 영화 ‘와호장룡’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흥행 수입 1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작품상은 ‘글래디에이터’에 돌아갔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가 주·조연상을 수상한 사례도 없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배우 이언 매켈런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는 영악하게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이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준다. 왜 이성애자를 연기한 동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보수성과 폐쇄성을 공격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아카데미는 한국 영화계에는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배우 이병헌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병헌은 시상을 하거나 특정 인물, 혹은 영화를 소개하는 발표자(presenter)로 초청돼 무대에 선다. 시상식 축하무대를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꾸미는 시상식 관례상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무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 송(Simple Song)’이 현재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오스카#아카데미상#흑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