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법 돋보기로 보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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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부리의 대횡단/아가트 드무아, 뱅상 고도 지음/이세진 옮김/24쪽·1만6000원·보림

붉은색이 유독 눈에 뜨이는 책입니다. 이 색은 주변의 다른 것으로 가는 눈길을 붙들어요. 그런데 흐리고 푸른 계열의 색으로 희미하다싶게 인쇄된 요소들도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는 그 푸른 글씨와 그림에 더 집중할 수도 있겠어요. 이렇게 이 책은 두 가지 색만으로 인쇄돼 있습니다. 앞표지를 넘기니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 있고, 이런 글이 있어요. ‘탐험에 나서기 전에 마법 돋보기를 챙기세요.’ 돋보기 렌즈는 빨갛습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 출신의 작가인 저자 두 사람은 좀 더 재미있는 그림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장면을 근사한 그래픽으로 구현해냈습니다. 돋보기를 들고 작은 새 빨강부리를 따라가 볼까요?

바람 한 점 없는 숲 속, 수상할 정도로 부산스러운 느낌의 커다란 나무에 빨간 돋보기를 얹으면 보이지 않던 것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다람쥐들이 나무 속에 정교한 도르래 장치를 짓고 있어요. 새들과 함께 즐기는 회전 대관람차에는 손님이 가득합니다. 빨강부리가 배를 채우기 위해 내려앉은 개미집 안에는 돋보기를 대는 곳마다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공장 건물 안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만들어 굴뚝 밖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도시 속 건물도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집니다. 건물 사이사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속은 또 어떨까요? 그 모두가 정말 사람이긴 할까요? 현실에서도 이런 돋보기만 있다면 감춰지고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햇빛 아래로 꺼내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런 돋보기가 정말 있다면 말이죠.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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