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쯤 읽다가 책날개로 돌아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살폈다. 올해 35세인 저자는 일본 오키나와의 어느 시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헌책방 주인이다. 손님이 셋만 들어와도 꽉 차는 작은 책방 문밖으로 고기와 생선, 옷가지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고 한다.
저자는 22세 때부터 도쿄의 대형 서점에서 일하다가 2009년 오키나와 지점 오픈을 맞아 “쳇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전근을 자원한다. ‘2년만 다녀오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았지만 ‘2년 만에 돌아간다면 관광객과 다름없다’며 작은 헌책방을 매입해 정착한다.
그렇게 문을 연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는 곧 ‘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이라는 타이틀로 아사히신문에 소개된다. 맞은편 가쓰오부시 가게 주인은 이따금 종이에 싼 화과자를 건넨다. “스스로 결정한 건 책방 이름뿐이다. 로고, 명함, 전단, 간판, 인테리어 등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앞장서서 도와주고 만들어줬다. 대신 운전해서 여기저기서 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저자는 번역판 서문에 “한국에 가게 되면 동네 구석구석 작은 책방을 찾아가 보고 싶다”고 썼다. 빨리 와 보길 바란다. 퇴근길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서울 신촌 헌책방이 지난해 당연한 듯 폐점했다. 사진 속의 오키나와 헌책방 울랄라 앞 풍경은 종로구 통인시장과 흡사하다. 통인시장 근처에도 서점 간판을 붙인 묵은 공간 하나가 있지만 지금 그곳에서 ‘책’은 추억의 풍취를 판매하기 위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시장 복판에 오직 헌책을 유통할 목적으로 소매점을 차린다?… 서울에서는 꿈꿔선 안 될 일이다.
저자는 “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매력 있고 운 좋은, 어느 ‘일본인’의 흥미로운 창업 경험담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