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기분 그렸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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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 낸 김중혁

“이전엔 도시, 사물에 주목했는데 이제는 사람과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는 김중혁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전엔 도시, 사물에 주목했는데 이제는 사람과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는 김중혁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중혁 씨(44)가 연애소설을 썼다. 새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이다.

많은 작가가 멋진 연애소설 한 편을 쓰는 게 꿈이라지만 김 씨는 의외다. 그는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과 장편 ‘미스터 모노레일’ 등을 통해 사물에 깃든 감성을 표현한 ‘물성(物性)의 작가’였다.

그런 그가 연애소설을? 그런데 이건 연애소설 하면 떠오르는 달달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연애의 시작 혹은 끝 무렵 얘기다.

7일 만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심이 텅 비어버린 연애소설”이다. 그는 “막상 읽어보면 속았단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반품’ 들어올지 모르겠단 얘기도 있더라”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로는 출간 열흘 만에 9000부를 돌파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화제는 물론이고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한 사랑과 연애 이야기가 넘쳐나는 때에 ‘김중혁표 연애 이야기’는 낯설어 보인다. 가령 ‘상황과 비율’에선 포르노 기획자가 일에 회의가 든 포르노 여배우를 만나 촬영장으로 나오라고 설득하다 연애 감정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선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남자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감정의 폭은 확 좁아진다. 중심이 채워진 연애소설은 그래서 내겐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막 시작될 때 혹은 연애가 끝났을 때, 모호하거나 씁쓸한 느낌. 그런 감정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요요’는 막 시작되려다 만 연애를 애잔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차선재는 대학생 때 만난 장수영에게 설레는 마음을 품지만 수영과의 연락이 끊긴다. 시계 제작자가 된 그에게 수영의 e메일이 온다. 그는 베를린에 있다는 수영을 만나기 위해 떠나려다 아버지의 병으로 주저앉는다. 그가 수영을 다시 만난 것은 55세에 이르러서다. 작가는 “다음에 만나면 술 한잔 할까?”라는 모호한 인사만을 나누는 것으로 둘의 이야기를 맺는다.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 감성의 파문은 읽는 사람을 안타깝게도, 애틋하게도 한다. 띠지의 ‘김중혁 첫 연애소설집’이라는 문구를 가리키면서 작가는 “처음엔 ‘낚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 나면 아, 이런 게 연애였지,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연애#가짜 팔로 하는 포옹#김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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