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심리치료, 마음의 병 치료하는 만병통치약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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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힐링/폴 몰로니 지음/윤영삼 김경미 옮김/439쪽·1만6000원·나눔의집

세계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등 각종 정신적인 질병이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
르면 2020년 선진국에서는 우울증이 가장 중대한 건강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마음이 병든 현대인을 위한 대안으로 심리치료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직장, 상담 클리닉, 교도소까지 심리치료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리학자와 심리치료사들은 올바른 치료 기법과 조언을 통해 클라이언트(환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내면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심리치료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과연 효과적일까.

저자는 주류심리학의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들랜드 심리학 집단의 창단 멤버이자 상담심리학자다. 저자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만병통치약으로 떠오른 심리치료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심리치료 효과는 플라세보 효과(약이 없어도 병이 치료되는 효과)에 비해 6∼14% 높을 뿐이다. 이마저도 실험 과정에서 각종 편향과 왜곡이 작동한다는 걸 고려하면 의미 없는 차이다. 특히 저자는 심리치료사들이 개인에게 고통을 유발한 사회적 원인들을 바꾸기보다 개인이 그 상황에 적응하도록 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리치료 산업이 지금 우리에게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통해 위안을 얻고 치유받는 게 뭐 그리 문제일까 싶은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마음의 병을 유발한 원인과 해결책을 개인이 아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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