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요즘 대세 래퍼 딥플로우가 노래한 ‘양화대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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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話, 양편의 이야기… 兩畵, 양쪽의 그림”

래퍼 딥플로우는 “서울 홍익대 앞은 어려서부터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고 양화대교는 그 관문”이라고 말했다. 딥플로우 제공
래퍼 딥플로우는 “서울 홍익대 앞은 어려서부터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고 양화대교는 그 관문”이라고 말했다. 딥플로우 제공
‘내 현실과 꿈 사일 갈라놓은 한강/난 아직 그 한가운데 서 있지 양화’(‘열반’ 중)

래퍼 딥플로우(본명 류상구·31)가 최근 낸 3집 ‘양화’는 올 들어 한국 힙합계가 거둔 최고의 수확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거주지의 가난한 삶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합정동 무대 위 화려한 삶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낙차를 밀도 높은 랩에 실은 15곡, 64분의 서사시를 양화가 꿰뚫는다.

최근 합정동 작업실에서 만난 딥플로우는 “양화란 단어에 양화(楊花)대교뿐 아니라 양화대교 양편의 이야기(兩話), 양쪽의 그림(兩畵)이란 의미가 겹쳐 있다”고 했다.

‘매달 상납해. 주인은 액수를 올려…강남 쪽보다 강북. 세 비싼 데는 말고/홍대랑 가까우면 좋지. 영등포나 마포’(‘잘 어울려’)

2003년 음악 판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신길동으로 이주하면서 일주일에 10회 이상 양화대교를 횡단했다. “주 활동지인 홍익대 주변에 집값 싼 델 찾다 보니 당산동도 건너뛰고 신길동까지 밀려오게 됐어요. 홍대는 어릴 때부터 품은 꿈을 실현하는 장소, 영등포는 제가 마주한 현실이죠.”

‘이곳의 뭇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관둔/내 집 장만의 꿈. 다음 생애로 반품/삐까번쩍한 신세계 타임스퀘어/그 바로 옆 빨간 집 아가씨의 호객…영등포 신길. 그래 여긴 내 동네…’(‘역마’)

그가 ‘양화’를 구상한 건 2012년부터다. “30대 접어들며 제2의 사춘기를 겪었어요. 양화대교를 건널 때마다 감상에 젖었어요. 홍대에서 패배감을 맛보고 귀가하던 길엔 강물이 슬퍼 보였고, 기쁜 날엔 야경이 한없이 아름다웠죠. 다리 위를 지날 때 사람 감성이 젖어들잖아요.” 버스나 택시 속에서 그는 황량한 선유도 공원 쪽보다 여의도를 주로 봤다고 했다. “국회의사당이 참 예쁘잖아요. 꿈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수없이 건너다 보면 자연스레 오만 가지 감정이 떠오르는 곳. 홍대를 벗어나 바로 맞닥뜨리는 출구. 하루 동안의 희로애락….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에 자연히 우린 그 위에 있게 되죠.”

‘나랑 비슷했던 친구들 중 몇몇은/TV에 나왔고 여길 떠나갔지 영영…수백 번은 건너온 이 양화대교가/오늘도 한껏 취한 날 집으로 데려가…’(‘양화’)

딥플로우는 제8극장,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앞서 발표되는 걸 보며 그 정서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차’ 하면서도 반가웠다고 했다. “내 최고작을 만들게 해준 양화대교에 감사한다”는 그는 오늘도 양화대교를 건넌다. 영등포엔 노부모가, 홍대 앞엔 그가 속한 힙합 집단이 있다. 두 개의 가족, 두 개의 삶이 계속된다.

‘빌어먹을 안도감. 홍대는 엄마 배 속이야…’(‘가족의 탄생’)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딥플로우#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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