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 스트리밍 시장 뒤집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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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뮤직의 ‘추천 음악’ 메뉴 화면(왼쪽).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노래 리스트를 보여준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추천된 노래들을 차례로 들을 수 있다. 애플에 음원을 제공하는 빅뱅(가운데), 갓세븐(오른쪽) 등 한국 가수들의 앨범과 노래도 검색해 들을 수 있다. 아이폰 화면 캡처
애플 뮤직의 ‘추천 음악’ 메뉴 화면(왼쪽).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노래 리스트를 보여준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추천된 노래들을 차례로 들을 수 있다. 애플에 음원을 제공하는 빅뱅(가운데), 갓세븐(오른쪽) 등 한국 가수들의 앨범과 노래도 검색해 들을 수 있다. 아이폰 화면 캡처
애플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출범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이 세계 음악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아이튠스 스토어)만 제공해 온 애플이 스웨덴의 스포티파이, 한국의 멜론이나 지니처럼 내려받지 않고 바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것이다. 애플 뮤직은 3개월의 무료 체험 기간을 뒀다. 그 이후엔 월 9.99달러의 이용료를 받는다.

애플 뮤직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운영체제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음악’ 기능에 기본 탑재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서비스가 안 되지만 국내 음악 마니아 사이에 벌써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가짜 미국 주소를 입력한 뒤 결제수단을 등록해 미국(또는 해외) 계정을 만들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최근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사인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을 비판해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DB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최근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사인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을 비판해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DB
○ 애플 뮤직 이용해 보니

애플 뮤직을 써본 이들은 디자인과 큐레이션(음악 추천 기능)을 장점으로 꼽았다. 정원석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음악 마니아와 업계에선 디자인과 음질 면에서 호평이 나온다”며 “최신 외국 음악을 실시간으로 접하려는 마니아층에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앨범 한 장을 내려받는 데 드는 9.99달러로 애플 뮤직에서는 3000만 곡을 한 달간 맘껏 들을 수 있다.

국내 음원 업계도 촉각을 세웠다. 한 대형 음원서비스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가요를 많이 듣고 국내 음원 서비스 가격이 애플 뮤직 이용료의 절반 이하인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애플 뮤직의 국내 진출은 힘들어 보이지만, 그 기능과 디자인, 국내 소비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은 주 수익원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고 있는 세계 음반 시장의 변화와 관계있다. 세계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악시장 전체 매출에서 스트리밍의 점유율은 2013년 25%에서 지난해 32%로 올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건수가 전년 대비 54.5% 증가했다. 실물 음반(12.4% 감소), 다운로드(12.5% 감소)의 하향세와 비교된다.

○ 한국엔 왜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勇者 없나

애플 뮤직은 출범 전에 이미 큰 이슈를 탔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애플 뮤직이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저작권자에게 수익 분배를 하지 않기로 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 이후 애플은 무료 기간에도 수익 정산을 해주기로 정책을 바꿨다.

국내에서도 불합리한 수익 분배 구조가 계속 지적됐는데도 국내 대형 가수들은 스위프트처럼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2012년 일부 작곡가와 인디 음악인들의 ‘스톱 덤핑 뮤직’(음악을 덤핑 판매하지 말라) 운동, 지난해 시나위 신대철의 ‘바른음원유통조합’ 창립이 있었지만 주류 시장을 흔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형 가수가 스위프트 같은 행보를 보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박국 영기획 대표는 “국내 음원 수익 구조는 ‘톱10 몰아주기’여서 대형 가수나 제작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중권 SBS 파워FM PD는 “음원 서비스사와 그 모기업이 투자, 제작, 유통, 홍보 플랫폼을 모두 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위프트는 세계에 팬덤을 거느린 데다 공연과 실물 음반 수익 비중도 커 음원 서비스에 배짱을 부릴 여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수익 분배율에 불만을 표하며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앨범을 전부 뺐다.

::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 ::

디지털 음원을 내려받아 기기에 저장하지 않고 인터넷 연결을 통해 실시간으로 듣는 것. 대체로 초당 192KB(킬로바이트) 이상의 데이터가 전송돼야 ‘괜찮은 음질’이 보장되는데 LTE 서비스로 가능해졌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애플 뮤직#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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