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거꾸로 문 담배처럼 그의 삶은 처음과 끝이 바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7일 05시 45분


연극 M.버터플라이에서 ‘송 릴링’으로 돌아온 ‘꽃다’ 김다현.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3번째로 이 역을 맡은 그는 삶의 처음과 끝이 바뀌는 미묘하고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주)연극열전
연극 M.버터플라이에서 ‘송 릴링’으로 돌아온 ‘꽃다’ 김다현.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3번째로 이 역을 맡은 그는 삶의 처음과 끝이 바뀌는 미묘하고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주)연극열전
■ 연극 ‘M.버터플라이’의 김다현

‘꽃다’ 김다현(35)이 연극 M.버터플라이의 ‘송 릴링’으로 돌아왔다.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세 번째다. 1986년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법정에 섰던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르네 갈리마르)와 그의 연인 쉬 페이푸(송 릴링)의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이다. 저녁 공연을 앞두고 치명적 매력의 ‘여인’으로 변모하기 직전의 김다현을 분장실에서 만났다.

여자였다가 남자로, 사랑에 빠진 스파이
송 릴링 역만 3번째…터줏대감으로 불려

남성성·여성성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
그날의 느낌에 따라 매번 공연 플랜 바꿔


-초연,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송 릴링을 맡았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의 강한 애착이 느껴진다.

“주연배우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 번째 참여다. 주변에서 ‘터줏대감’이라고 부르더라(웃음). 여장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송(릴링)만의 특별함이 있다. 무대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다.”

-“매 회마다 다른 ‘송’을 보여 준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오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짠다. 그날의 컨디션과 느낌, 관객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섞는 것이다. 상대배우, 관객이 매번 달라지는 만큼 플랜도 매번 바뀌게 된다.”

-‘꽃다(김다현의 별명)’ 보러 갔다가 ‘송’을 보고 왔다는 관객들이 많더라. 그만큼 관객들이 김다현의 연기와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초연과 재연이 달랐고, 이번 3연이 또 다르다. 이번 송에게서는 완성체의 느낌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은 담배를 거꾸로 들었다가 바꿔 문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알아보시는 관객들이 많더라. 송의 삶은 처음과 끝이 바뀐다. 여자였다가 남자로 바뀌고, 중국의 특명을 받고 스파이 역할로 시작하지만 르네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환상 속에 빠진 르네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 미묘하고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그려보고 싶었다.”

- 르네와 송 릴링은 실존 인물들이다. 송의 삶에 공감하는가.

“공감한다. 내가 동양인이기도 하고. 송이 살던 시대는 지금과 달랐다.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 핑커튼과 초초상(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들). 이 대립된 모든 걸 다 갖고 있는 인물이 송 릴링이다.”

- 그나저나 참 나이를 먹지 않는 배우인 것 같다.

“하하! 예전 같으면 ‘팬 분들의 사랑 덕에… ’ 식으로 답변했겠지만, 나이가 드니까 이런 느끼한 말이 잘 안 나온다(웃음). 사실 난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이 없다. 헤드윅할 때도 밥 한 공기 다 먹고 공연 들어갔다. 그런데 이젠 안 된다. 관리를 해야 할 나이가 됐다.”

-말투가 참 독특하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데다 특유의 억양이 있다. 배우로서 의도적으로 만든 말투인가.

“그렇지 않다. 말투도 성격이다. 어려서 별명이 양반이었다. 불이 나도 걸어갈 거라고. A형이지만 남들은 B형이나 O형으로 안다. 내성적인 면이 많지만 나름 리더십 같은 게 있다. 무대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내가 빠질 때와 들어갈 때를 잘 아는 편이다. 이런 면이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끝으로 송 릴링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르네와의 첫 만남, 남자로 변신할 때, 그리고 결국 르네에게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하는 대사다. 짧지만 내게는 많은 것이 와 닿은 장면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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