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걸음마 뗀 ‘문화가 있는 날’, 머잖아 도약할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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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관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 인터뷰

여든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현장을 뛴다.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오전 4시면 일어나 운동한다. 지방 문화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사람들을 만난다. 지난달 27일 인터뷰 때도 양복 정장 차림에 테니스화를 신고 있었다. “돌아다닐 때 편해서 신는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여든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현장을 뛴다.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오전 4시면 일어나 운동한다. 지방 문화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사람들을 만난다. 지난달 27일 인터뷰 때도 양복 정장 차림에 테니스화를 신고 있었다. “돌아다닐 때 편해서 신는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과요? 지금 확산 단계에 있기 때문에 10점 만점에 5점 정도입니다.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겁니다. 올해 예산 90억 원을 확보해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융성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문화가 있는 날 현장을 7번이나 직접 찾았다. 하지만 최근 본보가 시행 2년 차를 맞아 문화예술계 인사 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7%는 “문화가 있는 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67.4%는 “현 정부가 끝나는 3년 뒤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가 있는 날을 주관하는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78)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이뤄졌다. 문화가 있는 날의 1년간 성과를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예상보다 ‘짠’ 점수를 줬다. 문화예술인들이 준 평균 점수는 5.8점이었다. 그는 짠 점수에 대해 “‘문화가 있는 날’은 현재의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높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위원장이 되고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문화융성위원장의 임무가 문화예술계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를 정책화시키는 건데 지난해 문화정책의 핵심 법률인 ‘지역문화진흥법’과 ‘문화기본법’을 통과시킨 게 가장 보람으로 남는다. 앞으로 문화가 있는 날, 인문학 융성 등에 힘쓸 생각이다.”

―문화융성위는 문화가 있는 날 주관 기관이다. 올해 목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설문조사 결과 35%가 문화가 있는 날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19%에 비하면 상당히 올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7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 16.3%가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자체 홍보 예산은 없지만 문체부 홍보 예산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문화가 있는 날이 서울 위주여서 지방의 문화 소외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의 인지도가 낮긴 하다. 읍면에선 26%밖에 안 된다. 올해 예산으로 공연단을 구성해 읍면과 학교 직장 등을 직접 찾아가 수준 높은 공연을 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을 통해 참여할 단체를 공모하고 있다. 특히 지방 공연이 현지 주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해 현지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문화가 있는 날이 평일인 수요일이어서 지방은 특히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보단 사각지대인 수요일에 하면 문화 참여 기회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기업도 매달 마지막 수요일엔 정시 혹은 조기 퇴근을 허락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제대로 정착되면 앞으론 매주 수요일마다 문화가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문화가 있는 날 참여 단체가 초기 800여 개에서 현재 1400여 개로 늘었지만 볼만한 공연은 여전히 없다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내가 명동성당과 문화행사를 하자고 얘기해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성당 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해엔 격월로 하다가 올해부턴 매달 한다. 지난달 문화가 있는 날(25일)에는 전재덕 하모니카 연주회가 열렸는데 성당이 꽉 찼다. 4월 무렵이면 공모로 선정된 좋은 기획공연들이 지역 문예회관에 올라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기업인들에게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을 언급하며 문화 후원을 촉구했는데….

“198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갔는데, 그곳에선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문화 진흥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직원이 공연을 보고 티켓을 회사에 내면 관람료의 절반을 돌려주는 식이다. 우리 기업들도 동참하면 기업 이미지가 제고되고 직원 사기도 높아진다. 또 정상가에 관람하는 관객이 늘어 문화예술단체에도 간접적 후원 효과가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정작 인기 뮤지컬은 볼 수 없는 이유가 민간 예술단체는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하면 40∼50%씩 할인해주고 인센티브가 없어 참여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단체와 지역 예술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인센티브의 경우 예산이 많이 들어 당분간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현재로선 문체부의 찾아가는 문화현장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 그런데 문화예술단체들도 길게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극장 입장료를 5유로로 할인하는 제도를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는데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 장기적으론 전체 파이를 키우는 거니까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

―본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이 지금처럼 운용된다면 3년 뒤 정권이 바뀔 때 없어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7명꼴이다.

“문화 정책이기 때문에 정치적 시각에서 볼 필요는 없다. 정부가 잘하는 곳과 하고자 하는데 자금이 없는 곳을 지원해 주고,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정착하는 데 어렵지 않을 거다. 시작은 박근혜 정부가 했지만 계속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좋은 프로젝트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을 맡아 세계적 영화제로 키워낸 주역인데 그 경험에 비춰볼 때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공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보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한 건 결국 부산 시민들의 참여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가 있는 날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문화예술단체들이 앞으로 멍석을 깔고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테니 국민들도 문화를 즐기는 데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문화가 있는 날#문화융성위원회#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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