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산타 프란치스코의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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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받은 선물을 경품으로 내놓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응모권. 평화신문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받은 선물을 경품으로 내놓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응모권. 평화신문 제공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이 무렵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바로 산타클로스입니다. 주소와 행적 등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은 굴뚝과 어울리지 않는 몸매입니다. 분명, 훌쭉한 산타보다는 넉넉한 산타가 자연스럽죠. 그렇지만 그 몸매로 어떻게 굴뚝을 통과하나, 이런 생각이죠.

현실 세계에서 산타클로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 아닐까요. 외신을 보니 교황이 자신이 받은 선물 일부를 경품으로 내놨다고 하네요. 경품 응모권을 팔아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랍니다.

교황은 해외 방문 때는 물론이고 바티칸을 찾는 이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곤 합니다. 이번 경품 중 1등 상품은 피아트의 ‘판다 4×4’ 자동차라네요. 경주용 오토바이, 파나마모자,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 등 30여 가지 선물이 목록에 올랐다고 합니다. 응모권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있는 바티칸 우체국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장에 10유로(약 1만4000원)이고 경품 추첨은 내년 1월 8일에 할 예정이랍니다.

국내 가톨릭계에도 선물에 얽힌 사연들이 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6일 자신의 영명축일(세례명으로 택한 수호성인의 축일) 행사 때 신학생 300여 명에게 새로 출간한 저서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수업’을 선물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 한 권씩을 내겠다는 부제(副祭) 시절의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고 2012년부터는 책을 신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출판사 사장인 홍성학 신부는 ‘책 산타클로스’가 됐습니다. 최근 출간한 안셀름 그륀 신부의 ‘결정이 두려운 나에게’ 3200권을 청년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거죠. 15∼20일 서울 명동대성당과 가톨릭회관, 서울성모병원 내 출판사 서점에 신분증(1979∼1996년생)을 가져가면 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옻칠 공예작가로 잘 알려진 원주교구 김태원 신부(흥업 본당 주임)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는 80여 년 된 옻나무에서 추출한 생칠과 느티나무 목기, 일본 교토산 금분(金粉), 입자가 고운 진흙을 어렵게 구해 올여름부터 4개월간 매일같이 사포로 갈고 손질해 미사 때 사용할 옻칠 성작(聖爵)과 성반(聖盤)을 만들었습니다. 옻칠을 해두면 습기가 들어가지 못해 수천 년이 돼도 변형되지 않는다는 이 작품은 5일 교구 사제·부제 서품식 뒤 본당 출신 박양업 부제의 손에 건네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지면에 소개했던 전북 남원의 ‘짜장 스님’(운천 스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네요. 몇 차례 사양하다 돼지감자로 손수 만든 국우차이고, 마음이라고 말해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적지 않은 양이었지만 성인병에 좋다는 말에 부서에서 인기였습니다.

12월은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참에 누군가의 산타클로스가 돼 보시면 어떨까요.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크리스마스#산타#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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