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읽고 나면 가슴이 촉촉지근… 10편의 ‘착한 동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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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과 도마뱀/윤태규 글·김천일 그림/136쪽·1만2000원·고인돌

고인돌 제공
고인돌 제공
중소도시 한 곳에 있을 법한 어느 학교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있고, 가족이 있고, 선생님이 있고, 교장 선생님이 있고,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에 나오는 어른 모습이,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할 법한데 내 주변에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학교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등교할 때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말을 겁니다. “기택이 발걸음이 아주 씩씩하군.” 이런 ‘쓸데없는’ 말들을요. 그러다 가방을 안 가져온 아이가 있으면 차에 태워 함께 집에도 갔다 옵니다. 그 아이가 지각할까 봐서요.

이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은 별명이 맞장구 할아버지입니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맞장구쳐 줍니다. 세상에서 더없이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양 말입니다. 암으로 일찍 죽은 아이 엄마의 부탁으로 아이가 3학년이 될 때까지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열 편 실려 있습니다. 아니, 아홉 편이군요. 한 편에는 ‘어디에도 없어야 하는데, 어쩌면 내 주변에 있지 않을까’ 의심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상한 나라의 버럭선생님입니다. 어찌어찌 대통령이 되더니, 아이들 놀이를 없애겠답니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마다 놀이를 대신하는 로봇을 한 대씩 지급합니다. 애들은 공부만 하라고요. 결국 그 이상한 나라는 없어졌지만 그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와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 작가의 동화는 친절한 선생님처럼 쉽고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장식과 기교도 없고, 어려운 말도 없습니다. 어쩌면 뻔해 보이는 그의 글을 차분차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그들을 감싸고 격려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인 것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그와 더불어, 서로 배려하고 자연의 순리에 거스르지 않는, 건강한 세계관이 매우 가치 있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은 ‘착하다’란 말이 여기저기 쓰입니다. 의미하는 바도 여러 가지입니다. 착하다의 사전적인 뜻은 ‘곱고 어질다’입니다. 이 책은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착한 동화’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도마뱀과 도마뱀#동화#윤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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